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
루이사 피카레타 지음, 요한 실비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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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에서 출판금지시킨 이단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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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강한빛 외 지음 / 마카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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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목차를 보자마자 알았다.

이 공모전의 특성을.

우선은 신선한 소재와 컨셉. 그 다음으로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심사 포인트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이 모두 간략 줄거리만 들어도 흥미가 당길 만큼 독특한 컨셉에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되는 흡입력을 갖추고 있었다.

 

 

세상에.. 커피체리를 생으로 먹고 자고 일어나니 명품(?) 원두를 배설하는 능력이 생긴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 황당한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풀었을까... 하며 읽어 보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무리없이 개연성있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에 놀라웠다.

나도 모르게 진지모드로 얼마나 원두변을 봐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거지? 계산하고 말았다.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들이 주인공인 '코의 무게' 는 간결하고 짧은 문장은 좋았지만

다소 묘사가 과해 선호하는 문체는 아니었다.

그렇다해도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장의 군인이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독실한 불자와 승려라는

아이러니한 설정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살아있는 자의 코만 베는 일그러진 믿음의 행위와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의 갈등을 통해 전쟁 중에 종교적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 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제법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흥미거리로 읽을 수만은 없었다.

 

이 밖에도 암울한 분위기의 무려 SF 장르인 '쿠오바디스', 먼지 먹는 생물 슬리버라는, 스티븐킹의 단편소설에서 봤을 법한 소재를 가지고 생생하고 실감나게 풀어낸 '먼지를 먹어드립니다.'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를 찾아 서울로 상경해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주인공의 섬세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강남 파출부' 까지, 장르로 취향도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성비 굿'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채로운 장르소설을 읽게 되는 건가..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가 그저 장르소설로만 머물지 않은 각각의 이야기들의 깊이에, 진지한 작가의 시선에 기분이 무거워졌다. 기대했던 재미는 '루왁인간'과 '먼지를 먹어드립니다' 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쿠오바디스'가 채워줬다. 그리고 '강남 파출부' 와 '코의 무게' 가 책을 덮은 후에도 사색하게 해 주었다. 독서의 맛이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그 이야기를 되씹으며 사색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라 그런 면에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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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오혜련 옮김 / 샘솟는기쁨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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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한 줄 읽는 것이 고통이었다.

 

학대받는 아이들, 어린이의 자살....

 

특히 자녀가 끔찍한 일을 당한 후 살해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식은 땀까지 나 그만 책을 덮고 싶었다.

 

그 부모들의 고통이 너무 끔찍했다. 무서웠다.

 

직접 겪은 이들의 증언이 어찌나 생생한지 마치 내가 겪는 감정인 듯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책의 서평을 쓴다고 했을까... 후회했다.

 

 

각각의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냉정하게 똑바로 직시하듯 서술한 작가의 어법이

 

처음엔 상처가 되었다가 차츰 익숙해지자 오히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똑바로 봐. 피하면 영원히 치유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비명횡사한 가족의 사체를 꼭 확인해야만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훼손된 시신을 직접 보고 현실을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시신을 보지 못한 유족은 슬퍼하는 기간이 훨씬 길다.

 

그들은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나 부정의 단계에 머물기도 한다.'

 

(140p)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다.

 

비탄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위로한답시고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야지', '그만 잊어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따위의 말을 지껄인 적은 없었는지,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모른 척 지나친 적은 없었는지...

 

혹시 그랬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다시 식은땀이 났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1년 전 스무살 아들을 갑자기 사고로 잃은 지인을 위해서였다.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먼저 읽어보고 좋으면 선물해야지..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막연하게 짐작만하던 그 지인의 고통이 책을 읽고나니 선명한 윤곽과 형체를 가지고 다가왔다.

 

책 속의 어느 어머니(자식의 실종에 넋을 잃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앉아 있을 때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직장 상사가 전화를 걸어 무단 결근에 대해 싫은 소리를 했다는 상황이

 

그 지인의 경험과 흡사했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외아들을 갑자기 잃고 고통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녀가 눈물을 참지 못해

 

직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가 한 시간을 울다가 오니

 

그녀의 모든 사정을 아는 고용주가 '근무지 이탈' 이라며 시말서를 쓰라고 했단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그 사람들이 생명을 빼앗아간 범인들만큼 미웠다.

 

 

하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극심한 고통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주위에는 그들을 염려하며,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이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므로.

 

 

'당신은 강하거나 논리적이거나 민감할 필요도 없고, 또 꼭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고통과 싸우려 하기보다 거대한 파도가 내 위를 덮치고 지나가듯이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 낫습니다. 파도는 분노를 다 소모하고 나서 허덕이지만 산 채로 온전한 정신으로 해변에 나를 데려다 놓습니다. 그리고 다른 폭풍우와 마찬가지로 점차 사라져 갑니다. 파도는 부서지면서 점점 더 멀리 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은 다시 살 가치를 찾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저는 수영을 잘 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덮치는 파도에 삼켜질까 두려울 때는 눈을 감고 당신을 꼭 붙잡고 있는 제 팔을 느껴 보십시오. 저의 사랑, 인간 대 인간의 사랑, 한 어머니가 다른 어머니에게 갖는 사랑을 느끼십시오.'

 

(195p)

 

 

그 지인이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녀의 고통이 더 가중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한번 건네보련다. 읽어보라고.

 

 

그리고 나도,

 

책장 깊은 곳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언젠가 내 영혼이 좀 더 성숙하고 원숙해졌을 때

 

삶을 관조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한 번 꺼내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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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 나를 괴롭히는 적들을 바르게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샤론 샐즈버그 외 지음, 윤서인 옮김 / 담앤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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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서나 심리치료(?)에 관한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서 격렬한 분노를 경험한 후라서인지 분노를 다스리는이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와서 꽂혔고, 과연 분노라는 감정이 다스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몹시 궁금해졌다. 이 책을 쓴 저자 샤론 샐즈버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명상협회와 불교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지난 30여 년간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친 명상가이다. 또 다른 저자 텐진 로버트 서먼은 콜롬비아 대학교의 불교학 교수다. 저자들의 이력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책을 펴기도 전에 알 것 같았다. 분명 철학적이고 난해하고 재미없는 논문같을 것이다....라는 내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철학적이었지만 난해하진 않았고 다소 어려워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짧은 예화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어서 나름 재미를 느끼면서 읽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맞아! 하며 무릎을 치게 한 문장이 있었다.

   교통 체증에 갇혀서 거리를 메운 그 수많은 차량에 화를 낼 때 우리도 그 차량 중 하나라는 것을 잊는다우리는 해결책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문제의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자신도 문제의 일부라는 시선이 신선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매일같이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를 만날 위험에 처해있다.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학대하고, 사취하거나 폭행하고, 따돌리거나 협박하는 존재들...

 이 책에선 그 모든 존재들을 외부의 적이라고 명명하고, 그 외부의 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일반적으로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순간, 우리는 그 존재들을 사물화시키고, 나와 똑같은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우리에게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에만 집중하고는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충동으로 그에게 악의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도 나와 똑같이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면?

 

내가 그를 보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 적도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또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볼지 생각해 보라  

그의 어린 아이와 아내와 부모가 어떤 감정으로 그를 대할지  

거울처럼 나와 그의 모습이 똑같다는 걸 생각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편집증적 욕망, 질투, 지나친 경쟁심, 어리석은 자만, 독선, 타오르는 분노 같은 파괴적인 충동들은 내부의 적이다. 이 감정들은 중독성이 있어서 우리를 제멋대로 조종한다. 이 감정들에 휘둘리고 나면 우리의 상황은 대체로 훨씬 더 악화된다. 내부의 적 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분노다. 분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분노로 인해 가장 많이 다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분노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인내하는 방법이다. 복수하고자 하는 충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자신의 지각과 반응에 주의하면서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분노대신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기 강박과 자기 집착, 자기비하, 자기혐오를 은밀한 적과 가장 은밀한 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과 명상방법 등을 알려준다. 이 부분은 읽어내는 데에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구했다. 다소 종교적(불교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있었다. 자기혐오의 근원에는 상처가 있고,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상처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슬픔으로부터의 자유, 자기 자신 앞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그것은 명상을 통해서 가능해진다고 한다. 구체적인 명상방법까지 책의 뒤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일정한 구절들을 호흡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반복해서 외우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편안하게 살기를’ ...여기서 내가당신이로 혹은 모든 존재로 바꾸어서 외울 수도 있다  

 

솔직히 책을 덮고 나서도, 내게 격렬한 분노를 느끼게 했던 그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자 여전히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었다. 그 사람에게도 상처가 있고,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겠지? 인간이니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가 있겠지?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다. 내게 해악을 끼친 상대를 사물화 하지 않고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귀한 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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