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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가제본 #서평단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알게 된 정지아 작가님의 신작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정지아 작가님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늘 인상 깊었는데, 《찌니주의보》 역시 그런 작가님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찌니주의보》에는 두 찐이와 ‘닭 엄마’ 기희, 절골댁, 윤 선생, 이장, 한씨댁 등 완벽하고 싶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유머러스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고, 찐이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과 후로 달라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보는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가 필요할 때마다 커다란 나무가 되어주고,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투박하지만 정이 있고, 조금씩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사람다운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동네 어귀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제게 조금 더 개인적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최근 새로운 아파트 개발로 오래도록 마음속 고향처럼 남아 있던 외갓집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개울도,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주던 커다란 나무도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책 속 마을 풍경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 외갓집을 떠올렸습니다. 낯선 소설 속 마을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익숙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마음이 갔습니다.
마을이라는 것은 어쩌면 집과 길과 나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찌니주의보》를 읽으며 사라져 버린 제 외갓집과 그곳의 풍경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볼 수 있었습니다.
웃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사람과 마을,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지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이야기였고, 완독한 뒤에도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