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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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든 우리는 떠나온 존재였다. 언제든, 결국엔 떠나야 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삶을 이어 붙어야 했다. (94p)

🔖비록 시스템의 성공적인 일부가 되어 바깥세상에 기여하진 못할지언정 나는 천천히 성장하는 중이었다. 나만의 속도 속에서. 언제든, 어떤 상태로든. (166p)



0.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하나의 세상으로서의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인 관점에서 그 속에 속한 하나의 작은 존재로서의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과 생활을 들여다 봄으로서 세심한 손길을 내민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늘 함께이면서도, 결국엔 혼자 실존한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서든 결국엔 외로움을 마주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하나의 존재로서 각자의 땅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우리 개인 또한 타인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각자 갖추고 있다는 것. ‘이국의 풍경이 부산의 역사 속에 녹아들’(90p)듯, 다른 존재의 모습이 또 다른 존재에 녹아들어 ‘뒤엉켜 함께 삭아가’(91p)는 우리 개인들에 초점을 맞춰보면, 개인의 총합이 사회이기 이전에 개인의 총합은 우선적으로 개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먼바다에서 외롭게 떠돌다 결국 만나게 된 형제들이라고. 바다 위에 살든 육지 위에 살든, 우리 모두는 그저 망망대해 위를 떠도는 존재일 뿐이라고. (93p)




1.

 단순히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만 하며 일상을 보내온 사람이라면 표제작인 「스위트 솔티」를 통해 그 구체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흔들리고 부유하는 것은 내 삶 자체’(85p)인 주인공 무티아라가 오히려 지상에서 멀미를 느끼는 것, 지상이 익숙해 흔들리는 차량이나 배에서 멀미를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되는 경우이다. 그렇지만 이는 충분히 우리의 삶에도 확장시켜 적용해볼 수 있다. 우리의 표면적인 생활 그 내면에 자리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때, 애초에 확실한 것이라고는 없는 흔들리는 삶 그리고 일상 혹은 마음을 기본값으로 가지기에, 어떠한 안정적인 상태에 이르게 될 때 오히려 느끼는 불안함. 이 불안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지상에서의 ‘멀미를 견디는 것’(85p)이 아닐까. 



2.

 멈춰있는 사람에게, 혹은 오히려 과거보다 현재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단편 「타고난 시절」은 용기를 선사한다. 


🔖"그 애들은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중이지."

그건 낙오가 아니었다. 퇴행했다고, 늦다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161p)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닌 뒤로 걸어나가는 것도 충분히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왜 매번 지금보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꿀 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로만 단정지을 수밖에 없는 걸까. 조금은 더 못한 모습이라도 그게 충분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데도, 그건 퇴행, 퇴보라 불러야 하는 걸까. 더 크고 넓은 성과를 비로소 이룰 수 있게 한 변수인데도 겉모습만으로 부정적인 단어를 부여할 수 있는 걸까. 그냥 우리 마음대로 그것도 성장이라고, 더 나아진 모습이 더 못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해버리면 안되는 걸까. 난 감행해본다. 적어도 내 삶에서는 내가 내리는 단어 혹은 상황의 의미만큼이나 적합한 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또 우리가 각자의 ‘속력’이 아닌 ‘속도’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속도’라는 용어가 어느 방향인지도 내포하기에 비로소 모두 각자만의 방향을 잡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3.

 SF소설이 다수 실려있는 줄은 모른 채 오직 “누군가와 연결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말을 알아도 허전했다”라는 소개 구절만 보고 읽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말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충분히 깊이감 있고 묵직하며 우리가 한 번쯤은 멈춰서서 생각해볼만한 문장과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기에 고요하게 생각에 잠겨있기 좋았다. 한창 멈춰있는 나에게 어차피 떠나야하는 것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나를 믿고 앞으로의 삶을 이어붙여나가볼 수 있겠다는 위대한 힘을 보태준 종종 꺼내볼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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