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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소셜 미디어 ㅣ 한국장애인재단 기획총서 9
케이티 엘리스 외 지음, 김수정 외 옮김, 이승기 감수 / 학지사 / 2021년 1월
평점 :
이 책은 450p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외관은 대학 전공교재의 포스를 뽐낸다.
<장애와 소셜 미디어 :글로벌 관점>이라는 책 제목처럼,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전 세계 다양한 사례를 집대성하고 있다.
책의 초반에는 뇌전증, 자폐증 및 학습장애 진단을 받은 LB라는 18세 소년이 등장한다. 그의 어머니는 2011년부터 '좌충우돌 생활기(My Daft Life)'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족의 일상을 공유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LB를 알게 되었다. 2013년에는 그가 지역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병원 생활도 블로그에 기록해나갔다.
사람들은 가족 내 사랑받고 자란 LB의 정체성이 병동 직원들에 의해 어떻게 사라져 버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병원직원들에게 아들이 발작을 겪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우려는 대부분 묵살되었고 2013년 7월, 입원한지 107일만에 LB는 사망했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블로그에 게시했고 그를 알았던 독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권 변호사가 트위터를 통해 연락을 취해 왔고 그를 알던 독자들은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LB를위한정의 #107일 이라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는 사람들을 연결하며 조직하는 기제로 활용되기도 했고, 투쟁공간의 창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그 외에도 장애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표현과 자기 서사 만들기에 도움이 된 사례 등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디지털 장애'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아날로그 세계에서 경사로의 부재가 휠체어 사용자를 장애화한 것처럼, 온라인 세계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웹 디자인으로 인해 다양한 지각 및 인지 손상이 있는 사람들과 손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장애를 경험하게 한다고 한다.
SNS가 일상이 된 요즘, 디지털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경사로'를 놓아주는 일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나아가 비장애인이 당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는 차별이 없었나 한 번쯤은 의심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하기 만만치 않은 책이지만 장애관련 종사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