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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고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새로나온 신작이라고 ?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읽지도 않고 저자를 믿고 주문
받고보니 <어느 도망자의 고백>이 아닌 <어느 뺑소니의 변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잘못 골랐나 하는 후회가 잠시 되었다.
음주에 신호위반에 게다가 사람을 친 것을 알고도 사람이 아닌 개나 고양이일 거라는 자기기만까지. 음주 뺑소니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이 있어서 그런 주인공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어야 하나 심드렁해졌다
하지만 후회는 잠시
밥 먹는 시간도 스킵하며 단숨에 읽어 버렸다
뺑소니범인 쇼타는 비록 비겁하고 어리석지만 파렴치한 놈은 아니다
적어도 죄책감에 계속 괴로워하며 그의 가족도 그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한 철부지가 알바하는 곳에서 여자친구를 사귄다. 어느 날 그 여자친구가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문자를 받는다면? 스무살 청년이라면 당장에라도 달려갈 것이다. 비록 이미 차가 끊어지고 비가 많이오는 한 밤중이라도 말이다.
쇼타는 그런 상황에서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은 것 같고 집에는 차가 있었다. 멀지 않으니 잠시 다녀오면 된다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지만 사람이 어느 순간에나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음주운전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실수는 아니지만 나도 수없이 어리석은 판단을 내려왔기에 그를 마냥 손가락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묻는다
누구나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가해자가 된다면,
당신은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닥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이런 가해자를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쇼타의 죄로 인해 결혼을 앞두었던 누나는 파혼을 당하고
TV에도 자주 출연했던 교육평론가 아버지는 사람들의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았으며
술독에 빠져 어머니와 이혼을 한다
주위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어머니와 누나는 개명을 하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도망간다.
피해자 가족도 고통속에 죽은 80대 노모의 비참한 최후를 잊을 수가 없다.
당연히 가혹한 처벌을 원하지만 내려진 형량은 5년도 되지 않는다
일본도 처벌이 강하지 않은가 보다
하긴 음주운전에 대해 사형까지 집행하는 나라라면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이 진정한 속죄인가 묻고 있다
잘못했다고 이야기한다고
죄에 대한 형벌을 살고 나왔다고 그것이 속죄는 아닌 것이다
죄와 마주할 용기가 없던 쇼타는 책의 거의 말미에 두 가지와 마주친다
아버지의 유서와 임종을 앞둔 피해자 남편과의 면담이다.
그리고 변화한다
감동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느껴지지만
책을 덮으면서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쳐낼만큼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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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속죄가 아니라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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