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달콤한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41
펑수화 지음, 천완링 그림,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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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이라는 글이 눈을 끌었다.

땅?집? 오래된 그림이나 골동품? ..그런 것이 먼저 떠오르다니 무 속물이구나.

반성한다.

핑크핑크한 표지에 편안해 보이는 의자라니 그런 것은 아닐 듯 한데

막장 가족의 유산획득을 위한 대사기극인가??했더니 책 뒷면을 보니 그것도 아니다.

 

 

 

 

 

 

 

 

 

 

무늬만 가족,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연기력!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반세기 동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뜬금없이 갑자기 무늬만 가족인 그들인데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연기력'이 되는 상황을 맞이했을까?

그렇게 시작한 '여섯 달 연극으로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공연이 개봉박두다.

 

일단 무대는 타이완의 중류층 가정이다.

등장인물 장씨네 일가족을 설명해보겠다.

                       

이 가족극을 설명하는 나레이터 장민원이 가장 어리다. 방학만 끝나면 초등학교 6학년. 본인이 가족 중에 가장 정상이며 의젓하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애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내가 보기에 우리 가족은 괴짜들의 집합소이다. 노년,중년,청년, 나이를 불문하고 죄다 특이한 사람들만 모였다.

26페이지

 

 

 

민원의 사촌형 장카이원은 중학교2학년의 사춘기 소년이다.고작 두살 차이인 민원을 꼬맹이 취급한다.

 

장카이원의 누나, 즉 민원의 사촌누나 장팅원은 요즘 연극에 빠져 있다. 비록 시체역할이 경력의 전부이지만. 가족들에게 6개월 연극을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두 남매의 아버지는 민원의 큰아빠이기도 하다. 그는 키가 작고 배가 심하게 나온 중년이다. 원래 아내와 노점에서 옷 장사를 했는데 잘되지 않아서 큰엄마는 식당종업원으로 취직하고, 큰 아빠는 실업신세다. 할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늘 걱정이고, 할아버지를 걱정하게 만들고 잘 찾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민원의 아버지는 큰아빠랑 자주 싸운다.

할머니는 구두쇠에 불평불만 투성이다.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않다.남편의 암치료에 너무 돈을 많이 들인다는 이유다. 남편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 이 분 캐릭터 범상치 않다. 부자집 며느리감을 밀치고 의사 아들을 차지한 민원의 엄마가 사사건건 못마땅하다.

엄마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퍼부었다.

"나랑 아순의 사이가 틀어진 건 네가 중간에서 이간질했기 때문 아니냐!"

"어머님,!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건 알지만, 그래도 저는......"

엄마의 목소리가 팽팽히 당긴 고무줄처럼 떨렸다.

12페이지

 

민원의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는 이 대화로 짐작이 된다. 민원의 엄마는 민원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에게는 정직하라고 가르치지만 본인은 거짓말을 서슴치 않고 한단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예의상 또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화이트 거짓말이다. 아침드라마의 시월드를 재현할 것 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도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자이다.

의사인 민원의 아버지는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비록 할아버지의 병세를 돌보면서 조바심을 내는 성격으로 변했지만 말이다. 효자인 민원의 아빠는 할아버지의 폐암 치료를 위해서면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효자아들이다. 그만큼 많은 책임을 어깨에 올려놓고 있다.

 

                              

이제 마지막 등장인물 할아버지이다. 한달동안 했던 말을 다 합쳐도 할머니가 하루에 떠드는 것보다 적다는 과묵한 분이다. 며느리를 묵묵하게 응원하고 할머니가 만드는 갈등상황에는 늘 자리를 피한다. 폐암에 치매가 겹치며 이제 6개월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장본인이다.

할아버지의 그 마지막 6개월은 행복하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이 모처럼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이제 화목한 가족이라는 역할에 돌입한다. 단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서 화목한 가족을 연기할 등장인물은 위에 언급한 9명이다. 번번히 발칵될 위기를 겪지만 아슬아슬 연기를 이어갈 수 있던 것은 할아버지의 치매가 심해져서 일까?알면서도 속아주신 걸까?

할아버지를 속이기 위한 가족 사기극은 결국은 흩어지고 갈등하던 가족들이 진짜로 화목한 가족이 되는 '가짜가 진짜가 되는 ' 상황이 된다. 반세기동안 남보다 못한 사이였던 가족은 6달 연극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는 훈훈한 결말을 맞이한다.표지에서 보이는 할아버지의 의자가 이 책의 결말을 상징한 것 같다.

 

​치매는 참 힘든 질병이다. 가족 중 치매환자가 있다는 상황은 앞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맞이하게 될 미래이기도 하다.​ 치매는 환자도 가족도 조금씩 무너져 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나도 치매환자의 가족이었기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슬프고도 힘든 질병을 결코 비극적이지 않고 너무 가볍게 다루지도 않으면서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아이에게 치매가 어떤 병인지 설명을 통해서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치매환자에게 흔한 여러 증상을 사건을 통해서 보여준다. 구구절절한 의학적 설명이 없어도 치매를 이해하게 돕는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에게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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