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0
이근화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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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내게 말하지 않고 죽었다.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언니는 시달렸으며. 너는 언제나 다정하고 멀리 있다. 간결하게 죽을 수 있어?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모르겠는 이 문장을 두고 곱씹는 동안 죽음은 긴 꼬리를 말아 들어 올렸다가 흔들었다. 확 죽어버려. 자신을 불태우는 방식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 앞에는 안제나 차가운 누길을 가진 사람의 냉소가 있고. 진짜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의 조용한 입술을 말릴 수가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 자신을 잊은 채 뚜벅뚜벅 불길로 걸어 들어간다. - P50

방 안으로 햇살이 깊숙이 들어와 부끄럽게 빛나고 있었고 창밖으로 기우뚱한 목련은 참 가난해서 크고 하얀 꽃잎을 용감하게 매달았지.

그 봄은 다 셀 수가 있을 정도였어. - P64

이별과 만남을 이야기하는 세계에
희망은 참 많이 뜨고 진다

어둠은 평등한 이불인가
따뜻한가
여기저기 잠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꿈속에 발을 뻗는다
평등한 세계에서 잠깐 자유롭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을 다독인다
저마다 다른 자세로 서로를 덮는다
그게 사랑인가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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