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항공기의 시대
와타나베 신고 지음,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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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탈것의 성능은 적당히 가벼울수록, 적당히 작을수록, 적당한 동력계통을 갖췄을수록 좋을 수 밖에 없다.
항공기라는 것은 탈것의 습성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물건이기에 거대하고 무거운 괴조들은 찾아보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항공기의 그 특성상, 경량 소형에 정면으로 부딛히는 이러한 기체들은 나름의 저항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개발된 것이기에 이 기체들을 개발한 엔지니어는, 한때 공학에 몸담았던 필자가 보기에는 마치 저항운동가나, 예술가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직업과는 상반되게도 저항운동과 예술가들을 흠모한다. 현실과는 살짝 동떨어진 그들의 커다란 정신세계를 작품과 활동으로 들춰볼때의 그 기분은 썩 유쾌한 것이다.

거대한 항공기는 나의 눈에 비슷한 감상을 가져다준다. 한눈에 가득 담을수도 없는 것들을 동경했던 어린시절을 한참 지난 지금, 어느새 괴조들에게서 어떠한 정신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서평을 위한 책을 앞에두고 알고 있는 거대한 날틀들을 머리속에서 도열시켜보며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공학적 어려움을 정면으로 부딛히며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던 커다란 날틀들의 웅장한 자태는 상상만으로도 고양감이 든다. 그것이 어려운것임을 알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잠시 상상을 접어두며, 기대와 함께 첫 장을 들춘 나는 꼬마 시절로 돌아간 듯 하였다.


필자의 시각 변화와는 달리 와타나베 신고는 어릴적 거대함을 동경하던 순수함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책의 좌 우면에 걸쳐 거대하게 담아낸 거대 기체들은 '군용기 연감'의 표지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보던 소년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매 페이지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일러스트는 엔진마저 멈춘 고고한 자태가 어울리는 기체와, 살아서 하늘을 나는 모습이 어울리는 기체가 나뉘어 그려졌기에 매 페이지마다 그려진 기체의 매력에 잘 빠져들 수 있었다.

나이들어갈수록 취미에서 즐거움의 역치가 한껏 높아진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었을까... 실제 항공기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금 잃어갔던 감성을 되찾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일러스트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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