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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
박은봉 지음 / 서유재 / 2022년 9월
평점 :
아파 죽겠다는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힐링과 위로라는 단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세상.
차라리 공부하는 일이, 책을 읽는 일이 아픔을 잊게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다원이 그랬던 것 같다. 그저 진화론을 완성한 과학자, 탐험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다윈이 원인모를 병증으로 평생을 고생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병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병과 동거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있는데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다윈은 구토와 무기력에 시달리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하루 1시간 이상 집중하기 어렵고 800미터 이상 걸을 수 없는 신체 상태였음에도 자기가 먹은 것, 읽은 것, 통증의 정도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통계를 낸다.
의식 활동으로 규정하는 '자기'를 넘어 생생하게 감각하는 '자기'를 객관의 눈으로 기록하며 이해하려 한 것이다.
먹은 것, 배설한 것, 통증을 느끼는 부위와 강도를 관찰하며 죽을 때까지 연구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진화론이 어떤 방식으로 완성되었을 지 짐작할 수 있다.
일생을 거쳐 인정 욕망과 자기 연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2022년을 사는 나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인 수 많은 사람의 전형을 보여 주는 폴 칼라니티와 진수옥의 이야기는 역사서에 몇 줄로 요약되지도 못한 숱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비행 청소년들이 학교복지실 선생님과 함께 읽으면서 웃었던 기억으로 고단한 삶을 버티는 이야기도 뭉클하다. 하루를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는 고정원 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역사가 된다.
싸구려 위로가 넘쳐 나는 세상에서 바위보다 진중하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책.
마음 아픈 50대 내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