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낮은산 작은숲 7
공진하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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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공진하 지음, 낮은산 펴냄

 

근 3년 남짓 국립특수교육원에서 펴내는 '현장특수교육'이란 잡지의 교열을 부업 삼아 봐주고 있다.

장애우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와 장애우, 그들의 부모가 주 독자인 이 잡지의 교정을 보며,

난 때때로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과 내 자신의 무지함과 무관심, 그리고 편견을 반성하기도 한다.

'현장특수교육'의 교정교열 일은 나로 하여금 장애우들에 대한 시각을

좀더 건강하게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준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이달 치의 일-2006년 11,12월호-의 교열을 끝냈다.

 

오늘, 무척 바빴다.

뭐, 오늘뿐 아니라 11월 한 달은 몸과 마음이 다같이 분주한 한 달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오늘이 내가 아이들 학교 사서도우미를 하는 날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 스케줄을 도저히 비울 수 없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른 엄마들에게 대신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어서

결국 여동생에게 2시 반 정도까지만 봐달라고(12시부터 4시까지 도서관을 열어 놓아야 한다)

겨우겨우 3시나 되어야 학교 도서관에 닿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떼운 의무 도우미 역할..

그러면서 손에 잡혀 빌려온 책이 '벽이'라는 책이다.

 

늦은 밤, 컴의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서 책을 펴들었다.

어린이용 동화란 한 시간 남짓이면 읽어낼 수 있는 두께였으므로.

 

벽이는 이 책의 주인공이 재현이의 유일한 친구의 이름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이름은 아니다.

지체장애아-다섯살때 열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지체장애가 되었다-인 재현이는

말도 행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방에만 박혀 지낼 때가 많고,

그래서 생긴 친구가 방 벽이었다. 벽을 대고 이야기를 하는 재현이..

그의 말엔 엄마조차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엄마에게 재현이는 다섯 살 건강한 아이의 기억로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주인공, 다현이.

재현이의 쌍둥이 동생이다. 함께 열병을 앓았지만 건강하게 쾌유한 동생.

명랑하지만, 그의 명람함과 쾌활함 뒤에는

재현이의 장애가 어쩜 자기 대신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숨어 있다.

 

재현이와 다현이, 그리고 엄마와 특수학교 선생님이 엮어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흐느낄 정도로 울었다.

그렇다고 내 주변에 이런 장애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다만 엄마로서, 재현이 엄마의 심정에 공감하고.

재현이의 외로움에 가슴 떨고

다현이의 죄책감에 안타까웠을 뿐인데도

마음이 아팠다.

 

나라면.. 내 아이라면...

 

이런 가정이 더욱 나를 슬프게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다현이와 특수학교 선생님의 노력으로

장애를 인정하고, 재현이를 있는 그대로 한 인격체로 대하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로

해피엔딩으로 이 책은 끝난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그럴까.

 

아주 오래전 내가 함께 일을 하던 디자이너는 꼽추였다.

상당히 실력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두어 명의 초등학생들이 지나가면서

그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병신이다. 꼽추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다.

정작 당사자는 태연했는데-아니 태연한 척 했던 것이이?

함께 있던 우리 일행들은 그 아이들을 향해 나쁜 놈들이라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들의 그 시각은 바로 그의 부모, 그의 이웃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를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는 아닐까.

 

틈나는 대로 아이들에게 '나와 다를 뿐 똑같이 소중한 존재'인 장애우들에게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는 얼마나 그들을 바로 보고 있는가.

 

재현이의 엄마처럼, 그저 보호하고 도와주면서

폐쇄된 사회에 가두어 놓으려고 하고만 있지는 않을까.

 

내가 다 읽은 책을 아이의 책상에 올려 놓는다.

나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가슴으로 벽이를 느껴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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