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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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기까지 한 소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일상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에서 미국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건강한 섹슈얼리티를 형성하는 일이 ‘섹시해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실은 여태껏 아무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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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마 행려 세계문학의 숲 46
잭 케루악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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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세대'(Beat Generation)는 2차 대전 후 예술계에 등장한 무정부주의적 경향을 띤 이들을 지칭한다. 그들의 앞선 세대가 1차대전 이전의 시절을 '잃어버렸다면(Lost), 1차대전 기간에 태어나 2차 대전을 몸소 겪은 이들은 달리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조차 없다는 의미에서 패배(Beat)를 그들 세대의 본질로 삼았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패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억압적인 사회문화구조에 저항하여 고도의 감각적 의식을 통한 개인적 차원의 해방을 계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없이, 잭 케루악은 그러한 비트 세대의 경계를 달렸던 작가다.
 
그러한 비트 세대들의 바이블 격인 <길 위에서>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책 <다르마 행려>는 '다르마' 즉 진리를 찾아 미 대륙을 여행하는 여정의 서사다. 케루악의 실존이기도 한 주인공 레이 스미스는 그 여정의 구도자다. 목적없어 보이는 듯한 즉흥적인 여행이지만 그는 여러 사람들과 삶의 아름다움을 논하고 도전과 모험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든다. 괴짜 선승같은 친구 제피 라이더와 나누었던 불교적 선문답과, 친구들과의 시 낭독회, 날 것 그대로의 두려움을 마주했던 매터혼 등반. 케루악은 그 특유의 간결한 문장들 위로 펼쳐진 기행과 고행의 경계를 걸어간다.


60년전에도 당대와의 불화를 영광으로 받아들였을 그(세대)와 오늘날 우리의 단절감은 훨씬 크다. 약간의 일탈조차 타자라는 낙인과 혐오, 배제로 이어지는 우리네 현실에서 그의 막무가내식 여행을 보자면 '패배'(Beat)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지금보다 훨씬 '덜' 경쟁하던 시절에, 자유의지에 따라 사는 용기까지 겸비한 그는 패배 대신 승리에 더 가까운 쪽이 아닐까.


그러나 그의 구도에의 대한 열망은 값비싼 사치가 아니다. 우리가 불안에 휩싸인 일상이라는 중대사를 무사히 해내기 위해 감내해야할 비용을 생각해보면, 깨달음의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케루악의 산문이 지닌 아름다움은 그의 모험이 누구도 쉽게 시도해보지 못할 용기의 소산을 담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에게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삶을 재화와 맞바꾸는데 소비하는 대신, 더 많은 세계에 발을 디디는데 쓰는 것. 그렇게 내 삶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가고 세상 어딘가의 진리를 찾는 여정에 헌신해보는 일 모두.  


"귀엽고 조그만 문제들이 매 스텝에 드러나는 법이지만 절대 망설이지 말고 너만의 돌을 찾아. 돌을 선택할 때는 그저 선(禪)처럼 어떤 특별한 이유도 찾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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