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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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를 추천하는 작가,  사람은 많았지만 막상 읽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최은영' 이라는 이름도 생소했고 사전 정보도 하나 없는 한국문학을 읽기에 내겐 다른 관심가는 책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작년 말 이 책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 그때 난 이걸 읽지 않고 뭘했나 싶다. 그만큼 놀랐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생생한 표현력과는 달랐지만 그때와 비슷한 놀람이었다. 정세랑 작가를 발견하고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 이렇게 글을 잘 쓰는구나, 통통 튀는 글이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최은영 작가는 또 다르다. 생동감 있는 표현력이나 신선한 느낌보다는 그냥 다음을 지켜보게 된다. 시선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그렇게 이야기의 끝을 따라가보면 먹먹함이 있다. 고작 중편소설집 한 권을 읽고 판단하기엔 이른가? 그렇다고하면 이 여운은 어쩌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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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진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115
이십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 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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