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금요일, 무거웠던 마음을 털고 약 800페이지 정도 되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 호흡이다. 예전엔 이런 두꺼운 책들은 지레 겁부터 먹고 나중에 읽어야지

나중에 하곤 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면 나름의 매력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로 처음 접한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

갑자기 불어 닥친 찬바람으로 한 발 물러서 있는 봄이 오기 전 사랑 이야기 한 편을 읽고 싶었는데, 이번 신작이 딱 그렇네. .

게 말랑말랑 감성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갔다.


주인공들은 크게 보면 두 사람이지만 조금 세밀하게 보면 네 사람이다.

 

거식증에 걸린 여자이자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춘 카미유.

말투는 거칠지만 하나 밖에 없는 할머니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요리사 프랑크.

혼자서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프랑크의 할머니 폴레트.

귀족 가문의 장손이지만 미술관에서 우편엽서를 팔며 이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는 따뜻하고 예의바른 필리베르.

 


어찌 보면 연결고리 없는 이들이 어느 순간 한데 모여 살면서 각자의 삶에 관여하게 되고

불우했던 과거로 인해 잊고 지내야만 했던 자신들의 꿈을 다시 찾게 해주며 서로가 힘들 때 힘이 되어 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던 그들이 다시 삶에 눈을 반짝이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한편의 성장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겠지..


작년 말 안가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생각난다.

그 소설로 프랑스 소설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생겼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그 책보다 5배는 더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책을 다양하게 접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그녀의 소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이다. 그래서 내겐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작가가 한명 더 늘었다.

<오베라는 남자>처럼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혹시나해서 찾아보니 이미 영화화 되었다네. 영상으로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원작처럼 따뜻함을 고스란히 담아냈을 지 궁금하다.


보통 얇은 두께의 책만 읽는 독자라면 이번 책은 두께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부담과는 별개로 시작과 동시에 가독성이 좋고 뒷내용이 자꾸 궁금해서 며칠 안으로 뚝딱 읽고 말 것이다. (실제 나는 그랬다.) 장편 소설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낱권으로 이뤄진 책이 아니라도, 두께가 좀 있더라도 작품이 좋다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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