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나를 사랑해주던 남자의 냄새를 잊을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까? 그때는 언제일까?

누가 나에게 모래시계 하나를 내밀어주었으면 좋겠다. (27p.)

 

 

프랑스 작가하면 기욤 뮈소만 떠오를뿐 그외 다른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에서도 짧게 언급되었고 노희경 작가의 추천도서에도 포함된 한 권의 책이 이번에 재출간 되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그것이다.



 

책 속엔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남편이 바람이 나 가정을 버리고 떠나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며느리, 클로에.

그런 클로에와 손녀들을 보살피는 시아버지, 피에르.

그리고 피에르의 숨겨진 사랑, 마틸드.



이야기의 처음은 시아버지인 피에르가 며느리인 클로에와 그녀의 두 딸을 쉴 수 있는 시골집으로 데려다 주면서 그곳에서 며느리 클로에에게 당신의 아들이 바람을 펴 아내와 자식을 팽개치고 떠났다는 말을 전한다.

 

일반적인 패턴이라면 며느리를 위로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방법을 강구해줄텐데,

피에르는 클로에에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시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다. 물론 결혼 후 진행되었으니 불륜인 셈이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와 도망을 갔음에도 아직 남편을 잊지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시아버지가 해준 말이 이런것이라니. 더욱이 클로에의 시아버지 피에르는 평소 과묵하고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더 의아하다.

  

피에르가 사랑했던 사람은 마틸드로 업무상 통역이 필요해 만나게 된 사이인데,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린다. 그리고 아내 모르게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아내와 헤어질 용기가 그에게는 없다. 계속 비겁하게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즐길 것은 다 즐기는 선택을 하게 되고 마틸드는 점점 그런 그에게 지쳐간다. 그는 몰랐지만.


 

그러다 마틸드가 임신을 했다며 피에르를 찾아오고, 그런 상황에서 그가 건낸말은 누구 애냐는 것.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렇게 끝을 내지 못했던 마틸드는 드디어 헤어질 결심을 하고 피에르를 떠난다. 결국, 처음 사랑했던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어찌보면 막장드라마 같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안나 가발다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표현한다.

큰 감정 기복없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그렇다.


처음은 바람핀 남편을 알게 된 클로에의 입장에서 읽게 되다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랑을 했던 피에르의 입장에서도 바라보게 되고

마지막은 마틸드가 되어 사랑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각자의 시점에서 보는 사랑은 이렇게도 다르고 다르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의 사랑을 한 마틸드가 피에르와 해보고 싶은 일 리스트는 사소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들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작가는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판단은 독자의 몫일 뿐. 삶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 간에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적시에 하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행복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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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데..

하지만 어찌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 하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게 인생이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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