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야 기다려 - 네가 기다려준, 내가 기다려온 우리가 함께한 시간
방은진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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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집에도 강아지를 키웠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우리 집에서 오래도록 함께 하진 못했다.

아마도 내 무지로 인한 결과인 듯싶어 여전히 그때 기억만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무거워진다.

그때 그 아이가 건강했더라면 그래서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내 어릴 적 기억도 조금은 달라졌겠지..



<라마야 기다려>는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저자 방은진씨가 그녀의 반려견과 함께한 추억을 담은 에세이 집이다.

머리 좋고 인내심 많은 종인 골든레트리버를 키우는 것이 로망이었던 그녀는 지인으로부터 분양을 받아 드디어 로망을 실현했다.

그리고 라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보통 10여년 정도 주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골든레트리버를 키우며 그녀는 책 속에서 강아지와 함께한 여러 추억을 공유하고 또 자신의 다른 분신인 영화와 연극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잃어봤던 기억이 있던 나라서, 웬만하면 반려견과 함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마음의 변화가 생겼는지 그렇게도 이 책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와 라마의 추억을 듣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영원히 함께하지 못할 그런 이야기들을..



지금도 나는 답답한 일이 생기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무조건 걷는다.

때로는 앞만 보며 빠르게 걷고, 어떨 때는 주위에 한눈을 팔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원래 가려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내가 걸어온 삶도 그와 비슷하다. 길을 가다 보면 멈춰야 할 때도 있고 돌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이미 걸어온 길만큼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18p.)



책의 저자인 방은진 이라는 배우는 사실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연극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연예인의 에세이는 처음 읽어 봤는데 오히려 이것이 득이 된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잘 알지 못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 또한 전혀 없었기에 기대치가 처음부터 높지 않았고 그래서 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14년이라는 세월을 반려견 라마와 함께 한 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묶어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이것은 어쩌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라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기록하고 또 영원히 잊지 않도록 그녀의 머릿속에 기억하기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라마와 함께한 추억뿐만 아니라 그녀의 과거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기 위해 그녀는 글을 쓰고 사진으로 남겼나 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도 치유 받고 다른 이들도 보듬어 주기 위해서..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은 내 곁에 없지만 그녀의 영원한 친구인 라마를 보면서 어릴 적 내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좋지 않은 끝이었기에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그 기억을 꺼내어 다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다가올 이별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도, 이별이 지나간 자리는 모래처럼 깔끄럽다.

그렇다고 이별을 피할 수도 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오늘은 같은 속도로 어제가 되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88p.)




사람을 사랑하는 건 조금 다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는 것에는 기대감이 실린다. 그저 한 번만 봤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다는 기대로 바뀌고, 나아가 그 사람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길 바라게 된다.

그런 바람과 기대는 이내 불평이나 실망으로 이어진다. 이전에 쌓아온 기다림과 그리움의 시간은 그 작은 균열로부터 밀려드는 불안과 후회라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한때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랑도 종국에는 무책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키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일 아닐까?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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