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같은 목소리
이자벨라 트루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여운(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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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재를 알게 된 순간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영화 중에 알츠하이머에 대한 영화가 계속 생각났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처럼 매 순간을 잊어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들.

<그림자 같은 목소리>도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것은 환자 본인이 아닌 옆에서 그들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면 이 책의 주인공은 그 환자 본인의 이야기라는 것. 자신에게 닥친 변화들을 그의 시선에서 보고 느낀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다만 저자인 그의 딸의 힘을 빌어 책으로 나왔다는 점. 그것이 달랐다.

 

1cm도 되지 않는 두께의 책을 처음 받아 본 순간. 나는 표지 자체의 색과 그려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대충 내용을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아.. 이 책이 마냥 밝은 책은 아니겠구나.. 그림자 같은 목소리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것은 별안간 닥쳐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 병.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온 '진실'을 불현듯 깨닫는 순간.

알츠하이머에 관해 흔히 오고가는 가벼운 농담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현실.

 

서문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렇다. 차분하면서도. 강하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걸린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가진 환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 본인의 관점에서 묘사한 그녀는 병의 진행 과정에서 아버지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이해하고 싶어했다.

 

책은 2006년의 봄. 그의 아버지가 병에 걸리기 전인 정상인 시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이때도 병의 초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과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1장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병에 걸렸음을

암시해 주는 장면이자 이 책의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아내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도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사람들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한 일이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그림자 같은 목소리다.'

26p.

 

이렇게 그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고 이때부터 그에 해당하는 병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씩 점점 무언가를 잊는 일이 잦아지고, 열쇠를 잃어버리는 일도 생겨간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병에 걸린 것을 이때는 알지 못하고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점점 말을 잊어가고.. 잃어간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점점 말을 함에 있어서도 단어를 잊어버리게 되어 어눌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말을 잃어가고 과묵해진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인 후기를 보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치매는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능력을 점차 잃어가다가,

사회적 역할의 수행이나 일상 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 습득한 능력까지도 모조리 상실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접했던 치매 증세에 대해 소설형식으로 환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어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그림자 같은 목소리>.

읽는 내내 느꼈던 답답함은 나는 활자로만 접했지만 실제 이 병에 걸린 환자라면 그리고 그를 돌봐야하는 환자의 가족들이라면 그 심정이 어떨지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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