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너무도 유명한 고전이지만 서른 한 살의 나이까지도 나는 한 번도 끝까지 읽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번역의 문제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새움 출판사에서 이정서씨가 번역한 <이방인>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을 읽다가 포기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음사에서 번역해 나온 번역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책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말하는 그들이 말하는

번역의 문제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민음사 버전의 <이방인>도 읽어볼 생각이다.

우선 번역의 문제는 뒤로하고 내용으로 들어가서 보면 이 책은 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의아함을 가져다줬는데,

그것은 주인공인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쿨한.. 아니 모든 것에 무덤덤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 시작은 책의 시작과 동시부터였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나도 모르겠다. 15p.

 

유명한 이방인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하는데, 이때는 잘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을 다시 보니

카뮈는 첫 구절부터 뫼르소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양로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어머니가 양로원에 있었던 이유는 그가 어머니를 돌보면서 보살 필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고 연락을 받고 찾은 양로원에서 그는 어머니의 관을 보고난 후 양로원 수위가 건넨 카페오레를 한잔 마셨고,

그렇게 어머니를 보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틀로 낸 휴가로 수영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 그에게 평소 호감이 있었던

사무실의 타이피스트인 마리를 만나게 되어 함께 수영을 한 후 영화관에 가서 그녀가 고른 영화를 보고 나서 그의 집으로 가 밤을 보냈다.

이해가 되는가? 나는 여기까지만 보고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하루 전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그 다음날 수영을 하러 가다니..

게다가 여자와 함께 영화를 보고가고 집까지 데리고 가서 밤을 보내다니..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계속 읽기 시작했는데 뒤에 친구를 공격한 대상을 갑자기 총으로 쏴서 죽이기까지 한 뫼르소를 보니

정말, 공감할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나는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를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듯 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햇볕을 떨쳐 버렸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않는 몸뚱이네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87p.

그는 그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또 같은 여자로써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느냐 물었을 때 그건 아닌 듯 하지만 결혼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니...

정말, 여자입장에서 보면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다.

그래도 이건 남녀의 애정사니 또 그냥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 넘어갔는데, 뫼르소가 감옥에서 보이는 태도들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만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가 뫼르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 다음부터는 재판장에서 검사와 재판장들이 그의 살인죄에 대해

재판을 하는 과정들도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그것에 대해 관련된 내용을 심문하는 것이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재판 과정일텐데,

그들은 여기서 살인죄에 관한 것과 그의 어머니의 죽음을 연관 지어 그를 조사하고 몰아가기 시작했다.

검사가 배심원에게 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배심원 여러분, 거의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이 사람은 수영을 하고, 난잡한 관계를 시작했으며,

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린 것입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에 그의 변호사가 내가 하고픈 말을 속 시원히 말해줬다.

“도대체 이 피고가 기소된 것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서입니까. 사람을 죽여서 입니까”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속으로 같은 마음이었다.

이쯤 되면 살짝 주인공이 불쌍해지기 마련인데, 그는 이런 내 생각을 다음의 문장으로 여지없이 날려버리게 해주었다.

 

심지어 피고석에서일지라도,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검사와 내 변호사가 변론을 펴는 동안 나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아마도 내 죄에 관한 것보다 나 자신에 관한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135p.

 

지금 자신에게 분명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반응을 보일 수가 있을지..

그의 뇌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므로, 내가 지적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보통 사람에겐 장점이 되는 것이 어째서 죄 지은 사람에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138p.

마지막 재판장에서 그는 불쑥 살인죄를 저지른 것은 태양 때문이었다고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사형집행을 선고 받았는데, 나는 끝까지 그의 일관된 무심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그에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그를 맞아 주었다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읽고 나면 토론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서른이 넘어서 읽기를 잘 한 것 같다. 20대에 읽었다면 나는 몇 장 읽다가 다시는 읽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결국 뫼르소는 그 스스로 타인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삶을 살았던 사람 같다.

카뮈가 왜 제목을 이방인이라고 지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그건 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방인> 책을 받아보고는 책의 띠지에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고 시선을 빼앗겼지만 굳이 그렇게 마케팅하지 않아도 볼 사람은 다 찾아서 비교하며 읽었을 것 같고,

책의 반 이상이 아니 내용보다 역자노트 부분이 많은 책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방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각 출판사별 이방인을 찾아서 번역의 비교를 해보며 읽는 재미도 좋을 것 같고,

처음 읽어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재미있게 또는 나처럼 궁금증이 많이 자아내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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