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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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얼굴 보기가 별 따기 같은 요즘.

그래서 일까? 자꾸 사랑에 관한 책들이 생각나는 건.

요즘 다시 학교에 다니고 있어 수업 끝나고 집에 오면 평일에 1시간 얼굴 보고 잠들고

주말에도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일이 바빠 요즘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우리 연애할 때가 자꾸 생각이 나서 이 책이 그렇게도 읽고 싶었나보다.

주말 내내 아니 평일에도 퇴근 후 자주 우리 동네에 오곤 했던 남편.

그때도 일에 치여 몸은 힘들었는데 정신만은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내가 현실에 치여 살고 있는 상황이라 자꾸 감정의 메마름이 느껴져 큰일났다싶어

물을 좀 주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곳곳에서 물이 아니라 홍수가 났다.

앞부분을 보다가 울컥, 다시 잠잠해지면 또 다시 울컥.. 그러다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여기에 실린 글들이 아무래도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보니 더 공감이 가고

충분히 내 주위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 들이라 몰입이 되었나보다.

 

 

 

 

 

 

 

 

 

 

 

게다가 각각의 파트 제목들도 여운이 남는다.

- 최고로 행복한 순간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할 때다

- 새드엔드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 사랑을 하면 누구나 천국을 잠깐 훔쳐볼 수 있다

-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이뤄질, 수없는 사랑이 되기도 한다.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썼음이 분명하다.

 

 

 

 

 

내 마음을 움직였던 문장들을 몇 개 소개해 보자면.

 

나는 영화 속 남자처럼 오로지 한 여자를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여자를 정거장 취급하는 남자는 별로다.

우리는 자기를 희생적으로 돌봐준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추억은 시간에 따라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과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히 살아난다.

천 개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뜨뜻, 그리움은 고개 돌리는 곳마다 떠 있어서 마음을 너무 아리게 한다.

p.56

 

 

 

여자는 현실을 산다. 여자에게 현실은 사랑이다.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보살펴줄까,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그 사람과 얼마나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이 여자에게는 현실이다.

p.96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이츠키’라는 동명이인 남녀.

남자 이츠키는 여자 이츠키를 참으로 가슴 먹먹하게 좋아했다.

증학생 때부터 사랑한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뒤늦게야 그의 마음을 알게 된 첫사랑 여자 이츠키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렸을 때부터 평생 나를 끔찍이도 좋아한 남자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았을 때의 마음이란

심장에 청양고추를 뿌려댄 것처럼 시큰하고 아리다.

p.149

 

 

 

울컥했던 한 부분을 이야기해 기억하자면.

<일기를 들키다> 편의 이야기이다.

하숙집 외동딸이었던 여자가 하숙생들 중 한명인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지만

여자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 탓에 마음을 자신의 일기에만 표현하며 숨기고 있다가

어느 날 그 일기를 남자가 우연히 보게 되면서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5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기로 하지만 남자의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다행히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허락 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내용 원문을 조금 옮겨보자면.

 

결혼식 날이 되었고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서 나는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예식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습니다.

하객들이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런, 어떻게 된 거야?”

“세상에, 신부가 다리를 많이 저네!”

 

하얀 웨딩드레스 자락으로도 감추어지지 않는 나의 소아마비!

다리를 저는 내게 예식장의 붉은 주단은 참 멀고 길었습니다.

그때 먼저 주례 앞에 입장해 있던 그 사람, 나의 신랑이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아버님 제가 좀 일찍 데려가겠습니다. 기다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그는 하객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행여 내가 더 듣게 될까 봐 나를 번쩍

안아 들고 주례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나의 두 볼에 뜨겁고 행복한 눈물이 번졌고 수군대던 하객들은 모두 일어나

우리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해서 지금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이것이 기억에 남은 까닭은 이미 내가 결혼을 했고,

예식장의 그 길게 느껴졌던 길을 내가 걸어봤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잘 없어서 드라마틱한 상황이었기에 그랬던 걸까?

 

확실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의 배려 깊은 사랑이 내게도 전달되었기에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이런 마음을 동하게 하는 이야기 들이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웃음을 짓기도 했고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시 설레임을 느끼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다.

 

 

+

 

당신이 좋아진 날.

 

그날부터 삶은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의지와 다르게 눈물이 흐르다가

바보처럼 어쩔 줄 모르다가

천국을 만난 듯한 충만감이 들기도 합니다.

 

바로 누군가가 진정 좋아진 날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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