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인기 있는 게임 심시티는 2000년을 넘어 3000년을 바라보는 버전을 내놓은지 오래 되었다. 그런 게임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도시가 우리 나라의 대척에 존재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고귀한 영혼을 가진 한 사람의 조용하고 힘찬 노력이 황무지를 숲으로 바꾼 실화같은 이야기 '나무를 심은 사람'을 연상케 하는 도시 꾸리찌바. 사람들이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수도'라고 일컫는다는 남미의 한 보잘 것 없던 도시. 그 도시가 어떻게, 누구의 의해 오늘 날 주목받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가 되었는지 살펴보자.

자이메 레르네르라는 한 사나이가 그 도시를 오늘 날의 모습으로 일구어냈다.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 책을 읽으면서 결국 사람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레르네르가 바라본 것은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무엇을 위한 도시 건설이란 말인가? 도시 건설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나하나 행정가가 해야 할 일을 행정가가 했고 시민이 해야 할 일을 시민이 했다. 그것이 싹이 트고 자라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그 희망은 또다른 씨앗을 뿌린다. 지쳐있던 부모들과 희망이 없던 아이들이 새롭게 피끓는 열정으로 벅차오른다.

그렇다면 그 꾸리찌바가 여타의 다른 도시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첫째 끊임없이 계획되고 그 계획이 실천에 옮겨졌다.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4차원의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의 혁신적 통합, 도시와 공존하는 공업단지의 조성, 교육, 보건, 주택 등 복지 부문에 대한 투자, 역사와 문화 유산의 보전을 통한 민족의 다양성 통합이 어우러져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교통체계의 건설은 놀라울 따름이다. 표를 한 번 끊으면 버스와 지하철을 아우르는 통합 노선이 그 하나요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요금체계를 과감히 수용한 높은 시민의식이 두 번째요, 돈이 많이 드는 지하철의 건설 대신 다양한 버스노선체계를 도입하여 교통난을 해소한 것이 그 세번째요 자동차 없이 출퇴근, 등하교, 산책 및 문화유산답사까지 가능하게 만든 보행자의 천국이 그 네번째요 에너지 절약형 도시를 만들어낸 것이 그 마지막이다. 이 놀라운 교통체계가 결국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고 그 악순환 가운데 황폐해질 사람의 삶을 막아준 방패가 된 것이며 잘 발달된 도시와 건강한 사람이 공존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아닌가.

아직까지도 꾸리찌바는 발전해가는 도시다. 순환형 도시를 추구하면서 리사클링이 가능하게 한 폐기물 관리정책은 물론이요 자연 재해와 도시녹지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하천, 공원, 녹지정책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수그려진다. 파괴와 건설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파라다임을 부정하고 과감한 보존과 재활용을 수용한 태도는 오늘날 많은 도시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아름다운 자세다. 보라, 버려진 폐광을 80명의 인부가 두달 동안에 230톤의 철강을 이용해 거대하고 아름다운 '오뻬라 드 아라메' 극장을 만들어 낸 것이 과연 오늘 날의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가능할만한 일인가 말이다.

시장 혹은 쇼핑몰 24시간의 거리와 공공 행정 서비스를 위한 시민의 거리, 가난한 사람들의 정보 및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지혜의 등대 정책 등은 그나마 남아 있는 공공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들어버린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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