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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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살아가면서,성숙해져 공부한다는 것은 모든 '당연하다'라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을 품는 법을 배우고, 그 '왜?'에 대해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여긴다.그렇기에 디자이너들은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TED의 어떤 강의에서 말하듯 '디자인이란 당연한 것을 어색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비단, 디자이너들뿐 아니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을 비롯해 살아가면서 평생토록 공부해가는 것이 사실은 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닐까.

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전, 유난히 특이한 색감과 감각적인 디자인의 표지를 유심히 살펴보다 평소에 잘 읽지 않던 뒤표지의 소개사를 발견했다."정자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방금 낳은 아기의 엄마가 내가 아니라니?""손은 어떻게 알고 발이나 귀가 아니라 손이 될까?""내부 장기들은 왜 비대칭적으로 자리 잡을까?'"다른 영장류들은 다 털복숭이인데 왜 인간만 아닐까?"대충 읽어도 너무 소름 끼치는 문장들이 많았다. 몇몇 문장은 아예 생각지도 못해본 내용이기에 흥미를 돋우는 느낌 정도였지만,1. 장기의 비대칭적 자리(대뇌가 좌반구 우반구로 나눠져있으며, 머리와 몸 외관이가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이점은 분명 이상한 점이다.) 배치에 대한 의문.2. 손은 어떻게 알고 발이나 귀가 되지 않고, 손이 되는 걸까? 정말 손은 어떻게 알고 발이나 귀가 되지 않고 손이 되는 걸까? 심지어 손은 발과 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동일하다고 알고 있는데, 유전정보가 어떻게 조합되고 해석되고 발현되어서 손이 손이 되게 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등등.좋은 호기심과 신선함을 가지고 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학자는 새싹부터 달라야 하는 건가? 혹은 다른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어릴 적,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을 읽었더랬다. 여기서부터 사실 너무 남달랐던 것 같다. 당연히 비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떤 아이가, 너무 공룡이 궁금하다고 해서, 공룡 관련 서적을 찾아 읽진 않지 않은가? 동화책을 읽고 말지.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작가가 전혀 진로의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의 진로 고민을 또 하는 나에게는, 어릴 적 관심 있었던 분야를 17년 후에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작가의 모습이 얼마나 그 꿈을 선택하기 위해서 자유도가 높은 배경을 가졌던 것인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자가 어떻게 난자를 만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화살표를 매개로 해서 배운 기억이 전부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게 투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 전체를 정자가 출발하는 과정으로부터 태아가 만들어지고 출산되는 과정의 시간 순서로 구성하여 읽는 흐름을 원활히 했다.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대부분 고리타분하고 번역서가 대부분이라 주술도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책이 많은데, 이 책은 한편의 동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듯이 문장에서 문장으로 이어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잘 쓰인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난자는 지름 0.1mm 정도로, 현미경 없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생명과학 1생명과학 2일반생물학 및 실험(1)까지 생물 공부는 꽤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처음 보는 내용이 있었다.난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기가 상당히 커서,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기본적이고 흥미로운 사실을 왜 교육과정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레이우엔훅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판매하는 옷감의 품질을 조사하려고 만들다 보니 만들어버린 게 현미경이었다고 한다. 호기심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관찰했고 그 사건이 레이우엔훅이라는 사람을 역사에 남긴 것이다. 그는 신기해서 마시는 물,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웅덩이, 치아 사이의 치석 등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대상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이 사람이 이 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상상을 했다.의도치 않게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게 되어, 설렘과 두근거림을 가지고 이곳저곳 조사하러 다니고 기록했을 그의 흥분 가득했을 모습에 벌써 미소가 지어졌다.나도 언젠가 새로운 발견의 놀라움에 기뻐하면서  방방 거릴 날이 있을까.

"일란성 쌍둥이는 근본적으로 같은 세포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DNA를 가진다 ... 그러나 지문을 조사하면 누가 죄를 지었는지는 밝힐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지문은 다르기 때문이다. 자궁 속의 환경은 손가락 끝에 고유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쌍둥이라도 자궁안에서 누워있는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경험하는 양수의 흐름이나 압력은 다르다. 또한 쌍둥이라고 해서 발달 속도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 "쌍둥이는 그저 염색체 상으로, 유전자 상으로 동일하며 환경에 의해서 다양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정도로 대충 가르치는 고등교육과정의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에 비하면 정말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을 얘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구절이었다. 유전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태아 당시의 복중의 '환경'에 따라서 그 차이가 나타난다는 내용은 생명과학 1에서 대부분 '자라온 사회 환경'으로 환경을 제한시키는 것에 비해 좀 더 자극적인 배움이었다. 물론 여기서 왜 자궁 내의 환경에 의해서 지문의 형태가 바뀌는지 말해주었으면,왜 사람마다 지문의 형태가 모두 다른 것인지도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며 영구히 변하지 않는다. 일란성 쌍생아의 지문이라도 얼핏 보기에는 융선의 형태가 비슷해 보이지만 두 사람의 지문은 결코 똑같지 않다. 이처럼 사람의 지문은 모두 제각각이다. 통계학상으로는 하나의 손가락에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870억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세계의 총인구를 53억으로 추정했을 때 실질적으로 지구상에서 같은 지문의 소유자를 발견할 수는 없는 셈이다.손금에서 말하는 생명선은 표피의 주름이므로 얼마든지 변한다. 그러나 지문은 그 아래 피하층에서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3개월 된 태아일 때 만들어져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손끝을 깎아내거나 태워도 상처가 아물면 원래의 지문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지문은 모든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제공해 준다. 인간의 피부는 대단히 질기고 오래간다. 2000년 된 이집트 미라의 지문을 찍었더니 지문의 무늬가 완벽하게 보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네이버 지식백과] 사람마다 다른 지문 (고교생이 알아야 할 생물 스페셜, 2010. 12. 30., (주)신원문화사

-지문의 발생 이유를 찾아본 결과, 태아가 복중에 있을 때 특정 기간에 양수의 흐름에 의해서 형성되며, 그 형태가 불변하는 이유는 기저에 있는 땀샘의 위치가 불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글의 마지막에 지문을 통해서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하며 '다중지능이론'을 언급하여 찾아보았는데 해당 내용에는 '지문'에 대한 언급이 없고, 가드너가 왜 다중지능이론을 주장하였고 그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나와있었다.여기서, 지문이 땀샘의 위치 때문이며 그 이전에 복중의 양수의 흐름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인데, 그것이 개인의 지능에 대한 척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진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또 신기했던 것은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840억 분의 1인데, 세계 인구가 60억 분의 1이고 때문에 사실상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울 적에, 지문은 절대 겹치지 않는다.라고 절대성을 강조하면서 배웠는데, 사실 그것이 아니고 그저 아주 희박한 확률에 의거한 상대적 이유에 의함임을 배워서 과학을 가르칠 때에 있어서는 최소한, 혹은 과학에 기초한 글을 쓸 때는 최소한 이런 내용들은 좀 가려가면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잘못된 지식은 모든 지식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서, 840억 분의 1의 확률이라고 했고, 우리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시점까지 가서 인구가 840억 명을 넘어간다고 하면, 그때는 더 이상 지문을 절대적으로 한 사람만을 지칭하는 요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아는 한 나에게 쌍둥이 자매는 없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쌍둥이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드물지만 두 개의 세포 다발이 각각 독립된 몸으로 발달하기 전에 합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이란성 쌍둥이에게서 일어난다면 아기는 소위 '키메라'라고 부르는 두 세트의 DNA를 가지고 자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세포가 똑같은 DNA를 가지는 게 아니라 일부는 쌍둥이 형제자매의 DNA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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