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간이라는 말은 나를 참 설레게 한다.어떤 영화의 제목보다도, 명작을 그린 화가의 이름보다도,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보다도,공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궁무진하고 그 알 수 없는 매력을 난 좋아한다.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무의 공간에서 완을 향해 가는 그 과정을 담아내는 그릇인 공간이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나 부담의 대상이 아닌 설렘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은내가 건축학과에 성적에 맞춰서 왔다는 점과 빗대어봤을 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나는 상업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정확하게는 브랜드 디자인과 인테리어 설계, 조명디자인, 인테리어 코디네이션, 서비스 디자인 등상업공간을 구성해감에 있어서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만, 나의 부족함인지 분야의 불명확함인지 나는 나의 꿈을 정확하게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공간 디자이너라고 하기에 너는 공간 전략 디자이너가 맞는 것 같고, 그렇다고 상업공간을 전문으로 하고자 하니까상업공간 전략 디자이너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고 거추장스러운 것 같고, 또 코디네이션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도가낮은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나는 상업공간을 전문으로 하고 기획부터 설계와 시공까지 함께 하는 서비스, 브랜드 디자인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그래서 상업공간 디자인 책을 많이 알아보고, 브랜드 디자인 책도 많이 알아보고, 서비스 디자인 수업도 들어보았다.그런데 내 꿈이 너무 넓은 범위를 욕심내고 있는 것인지 그 접점을 정확히 찾기도 힘들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건축가의 책을 찾기도 힘들었다./김종완 건축가는 그런 점에 있어서 나의 가치관과 상당히 유사한 점들이 많았다. 상업공간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온전하게 '창조자'가 아닌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지키면서 예술적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관찰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정말 그의 의견에 온전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나의 방향성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롤모델로 삼아도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책은 총 4부이지만 사실상 5부로 구성되어있었다. 0. 그렇게 공간이 나에게 왔다.1. 밀. 당신의 특별한 시간을 위해2. 명. 고귀한 것에 빛을 더하는 일3. 점. 곁에 두고 싶은 공간4. 전. 사라져도 남는 공간이렇게 말이다.나는 책을 읽을 때 목차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여럿 사람들이 목차를 읽고 책의 내용을 대충 추측해가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학습을 위한 서적이 아닌 경우 무지한 상태에서 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한테는 이 방법이 더 편하다.그래서 나는 사실 저렇게 책이 구성되어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아는 것은 표지에 쓰여있는 디자이너 종킴에 대한 이야기와 이 책에 대한 소개말 정도.책을 펴 읽기 시작했고, 의외로 에세이로 쓰여있어서 놀랐다. 건축가가 쓴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그 어떤 책도 에세이 형식으로 쭉 쓰여있는 책은 없었고, 모두 자신이 했던 작품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주제였던 "그렇게 공간이 나에게 왔다. "라는 말처럼, 김종완 건축가가 어떻게 건축의 길로 가게 되었는지 나와있었다. 그는 '좋지 않은 형편에'라는 말을 여러 번 쓰며 자신이 그렇게 부유한 집안에서 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나, 어릴 때부터 스쿠버다이빙, 영어, 첼로, 바이올린 뭐 등등의 과외를 몇 년간 받았다는 얘기와 사는 지역에 대한 얘기를 잠깐씩 한 내용으로도 그런 표현은 굳이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여하튼, 뿜어져 나오는 단어들을 통하면 유복한 환경에서 미술을 잘하는 학생으로 성장하였고,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16살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고, 이후 이러쿵저러쿵 과정을 통해서 프랑스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였다고 한다.여기 부분까지만 읽었을 때 사실 왜 이렇게 생략이 많지?라는 의문을 가졌고, 이런 식으로 담담하게 풀어가는 에세이도 좋긴 하다. 건축가가 쓴 이런 글은 처음이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점이 이 단원이 0단원(책에는 단원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음)이고 프롤로그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량이 적은 것이었고, 건축가님이 쓴 첫 책이기에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에세이를 앞에 실은 듯했다. 나는 앞의 이 부분이 건축가 김종완에 대해서 알게 되는 좋은 부분 이긴 했으나 너무 분량이 많다고 생각했다. 위에는 분량이 왜 이렇게 짧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어불성설이냐고 한다면, 이 부분만 따로 책을 내는 점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유학 가서 제품 디자인과 인테리어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느낀 것들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에세이가 나온다면, 유학을 고민하거나 꿈꾸는 많은 학생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는 항상 '다이어리'에 모든 것을 기록했다고 하여 이 책(공간의 기분)에서 아버지의 편지와 가족사진을 실은 것처럼, 자신의 다이어리를 부분부분 발췌해서 에세이로 써 내려갔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건축가님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다면 책을 내주신다면 제가 사겠습니다.)


건축학 자체에 대해서나, 건축사나 표현기법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알고자 하는 학생들보다는, 상업공간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지 등에 대해서 큰 그림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