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상한 2시간짜리 재판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는 이때부터 이 재판에 매달렸고, 지난 2년의 시간을 대부분 여기에 쏟았다-


석궁테러사건 보통 우리에게 김명호 교수 사건은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세간 사람들에겐 간단히 이 한 단어로 정의가 되지만 김명호 교수 사건은
그 시작부터 결론까지 한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거기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을
제외하고서라도 꽤 긴 문장이 됩니다.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지난 1995년 대입시험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 시정을 요구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학교측에서 재임용을 탈락시키고,
이에 김명호 교수는 2005년 부당한 재임용 탈락이라며 학교 측을 상대로
고소하기에 이르나, 법원은 바로 몇 달 전 똑같은 상황에서의 교수 승소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소하게 되고, 이에 앙심을 품은 김명호 교수는 당시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들고 찾아가, 바로 현장에서 구속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최악의 비극은 인혁당 사건이었지만,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가장 웃긴 재판은 석궁 테러 사건입니다.
모든 정황과 물증은 김명호 교수를 우발적 상해로 판단하게 하고 있는데  
오로지 담당 판사와, 담당 검사, 사법부 만이 그를 고의적인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사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김명호 교수의 끝없는 대항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이 된 것이죠. 
 

현재 성동구치소에서 징역 4년을 받고 수감 중인 김명호 교수.
이 책은 1995년, 그때부터 석궁테러 이후, 5차공판까지, 이후 항소심까지의
재판정에서의 모든 과정을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와 같이 적어놓은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재판의 속기록과 녹취를 통해 집필된 이 책은
세상 어느 소설보다, 어느 영화보다, 어느 드라마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어떤 뉴스와 신문보다도 훨씬 더 사실에 근접한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서점에서 신간 코너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집었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 채로 다 읽었을 정도로 굉장한 몰입력을 자랑해요.
내용이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읽다보면 중간에 화장실 가는 것도 까먹을 정도이죠.
 

한가지, 이 책이 좋은 점은 보통 이런 류의 책에서 흔히 저지르는 문제점 중 하나가
책에 해당하는 본인 당사자를 '사법부 권력에 맞선 혁명가' 정도로
인물을 심하게 위인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작가의 그러한 견해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 인물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뒤에 수록된 석궁테러 관련 인터뷰 부분의 인터뷰 대상들만 봐도
상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채택했다는 것을 볼 수 있구요.
 

허나, 명백한 사실 자체가 김명호 교수를 범상치 않은 인물로 만들어 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느껴지는 '소름'에 주의하세요


-본인 김명호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그들의 판결문은 다용도용 흉기이며,
본인은 수십만, 수백만의 그 흉기에 당한 피해자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본인은 최후수단인 국민 저항권과 박홍우(당시 담당 판사) 살인 흉기 사용에 대한
정당방위권을 행사한 것일 뿐,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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