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죽어야 한다고, 이즈음에는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해 흙을 파기 쉽고, 이어지는 여름의 열기 덕분에 무른 몸뚱이가 순식간에 썩을 것이라서, 세상에서 사라지려면 봄이 알맞다는 게 그가 자식들에게 종종 하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사는 것보다 죽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십니다."
"거기까지 생각해 주어야 완성된다. 삶이란 게."
아버지는 가르치듯 받아쳤다. 죽을 날 골라서 죽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두이가 비아냥대는 투로 물으면 아버지는 모르는 소리 마라고 핀잔을 주었다.
"안 죽겠다고 버티면 한 계절은 산다. 이대로 죽겠다 맘먹으면 하룻밤도 안 살고 간다. 짐승은 시간을 끄는 법이 없지.
인간만 죽음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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