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과 용서 - 값없이 주신 은혜의 선물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순현 옮김 / 복있는사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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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그러나 아직도 먼 그 길

미로슬라브 볼프, 『 베풂과 용서 』(복 있는 사람, 2014)

 

사람들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이야기하게 마련이다.” 저자가 인용한 크로아티아의 속담이다. 우리가 베풂과 용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우리 사회가 그만큼 그것에 멀다는 반증이다. 역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회의 각박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세상이 미치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는 생각을 매일 반복한다. ‘법대로하는 것은 양반이요,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을 조롱하는 사람과 엮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니 베풂과 용서는 이 시대의 천연기념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베풂과 용서의 길을 가는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초대한다. 크로아티아에서 오순절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30년 이상을 공산주의 치하에서 뼈아픈 차별을 견디며 성장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복수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의 아들과 형에 대한 이야기 등 베풂과 용서라는 주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저자 자신을 위한 신학적 통찰과 사색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은혜의 선물로 주어진 베풂과 용서의 모델은 바로 하나님이시며, 우리는 그 하나님처럼 베풀고 용서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같은 능력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신학자적 꼼꼼함으로 매우 세밀한 분석을 제공한다. 더욱이 바울 서신과 마틴 루터의 저작을 통해 저자가 제시한 길이 이천 년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관된 방향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특별히 저자는 베풀고 용서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다. 때문에 우리의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자부하는 것들이 실상은 우리가 속해있는 문화와 집단의 영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베풀고 용서하는 공동체일수록 우리는 보다 쉽게 그 길을 갈 수 있다. 다시 한번 교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베풂과 용서의 길은 마땅하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함께 가는 공동체가 있다면, 그 길이 조금은 덜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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