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죄인가요?
김기현 지음 / 죠이선교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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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18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자살률이 OECD 30개 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예인 최진영이 자살한 직후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1만4천579명이 자살했다. 40명이 매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지금도 36분에 1명씩 자살한다. 최근에는 한류스타 박용하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명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자살하는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실제로 이들의 자살 소식을 듣고 동반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된 김기현의 “자살은 죄인가요?”는 매우 시의 적절하다. 그러나 그 시의 적절함이 마음 아프다. 세계 경제 대국 10위 권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이 나라가 결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낙오하는 사람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가 어찌 건강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기독교 신앙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 자료는(29-35), 우리의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철저하지 못한가를 일깨우는 경종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본서는 이 땅에 펴져가는 죽음의 판을 깨기에 적절한 토대가 된다.  


김기현은 신학자이지만 동시에 한 교회를 목양하는 목회자로서 이 책을 썼다. 그래서 책에는 자살을 생각하는 자들의 옷자락을 붙드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물론 본서는 철저히 성경적이며, 교회 역사와 교리를 아우르며 자살에 대해 다루어야 할 많은 자료를 진지하게 검토한다. 그리하여 죽음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근거도 불분명한 교리를 되풀이하는 교회로 하여금 성경적인 잣대를 재확인 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차가운 논리 위에서가 아니라, 죽은 자들과 그들 곁에 남겨진 자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펴는 목회자의 심정으로 말한다. 그래서 자살이란 뜨거운 감자를 어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과 교회에게 정직하며 올바른 가이드 역할을 한다.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는 ‘예방비용’, ‘평가비용’, ‘실패비용’이라는 세 가지 범주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세 가지 범주 상호간에는 1:10:100이라는 비율이 적용된다고 한다. 문제점을 예방하는 비용이 ‘1’이라면, 실패로 인해 그것을 수습하는 비용은 예방비용의 백배가 된다. 혹자는 ‘자살=지옥’이란 교리적 주장이 자살을 막는 예방비용의 효과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선 ‘자살=지옥’이란 도식 자체가 성경적이지 못하기에 설득력이 없으며, “진실이 아닌 가르침에 근거하여 교육적 효과를 거두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81). 오히려 올바른 신앙교육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에 대한 이해가 자살의 원인이 되는 성공주의와 기복주의의 병폐를 막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한다(99).  


결국 우리는 죽은 자들과 남겨진 자들 모두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인 교회가 주님이 의도하신 본질을 회복하여 “참여와 나눔의 밀도”를 높여간다면(106), 자살의 릴레이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가 된다는 것은 결코 특별함에 있지 않다. 오히려 작고 사소하지만 기꺼이 이웃이 되고자 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될 때, 삶의 소망을 줄 수 있다.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이 땅의 죽음 문화를 살림 문화로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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