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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조선군 사령관 신류의 흑룡강원정 참전기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2
신류 지음, 계승범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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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ro2570/221360285260

이 책은 청나라가 조선에 원군을 요구해, 총 2차례에 걸친 흑룡강원정(나선정벌) 중 2차에 출병한 신류의 참전기이다. "나선정벌"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 한데, 몇 년도에 어떤 나라 간의 사건인지 정도를 수능 한국사를 위해 공부한 정도일 뿐 이렇게 구체적인 기록으로 이 역사적 사건을 읽어보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 '참전기'라는 소개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상기시키기도 하였다.

 나는 "머리말"과 "북정록에 대하여"라는 소개 부분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어렸을 적에는 책을 읽을 때 바로 책의 본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머리말까지 읽기에는 귀찮았었는데, 고작 한 페이지의 머리말일지라도 머리말은 책의 본 글에는 직접 표출 못한 글쓴이 혹은 역자의 생각이 드러나기도 하는 책의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머리말까지도 꼼꼼하게 읽었으면 한다.
 아무튼 책의 서론 부분으로 들어가자면, 이 책의 역자가 단순히 신류의 참전기를 옮기는 정도가 아닌, 상당한 공부와 자기 생각을 하였음이 드러난다. 전쟁의 참전기에 쓸데없는 내용이나 평범한 일상적인 내용은 당연히 없기 때문에 실제 참전기 내용은 100페이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역자는 그 적은 분량의 참전기 전에, 이 참전기의 역사적 의의와 당대 상황과의 연관성, 더 나아가서는 읽는 방법과 역자가 독자에게 거는 기대, 현재 "역사가의 상황"을 비판하며 역자의 역사를 대하는 태도까지 드러낸다.
 나는 특히 역자의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역자는 상당히 거친 어조로 현대의 역사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는데,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자신 있게 말해낼 수 있는 역자가 부러울 정도였다. 역자는 현대의 역사를 "fancy 한 역사 이야기"로 바라보는데, 나 또한 동의한다. 조금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일반 대중이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는 순간부터 글과 책은 어느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책 또한 예술의 부류로 "대중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는데, 이러한 흐름 속의 부작용은 바로 글과 책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마 과거나 현재나 훌륭한 책의 절대적 수량은 비슷하거나 현재는 훨씬 더 많아졌을 수도 있는데, 읽을 수 있는 책 중 그러한 훌륭한 책의 상대적 비중은 현저하게 낮아졌을 것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만 가도, 저자의 전문성과 훌륭한 구조 혹은 내용보다는 감각적인 표지, 삽화, 다양한 매체에서의 노출이 잦았던 사람들(셀럽) 등이 주요한 요소로 꼽히는 듯하다. 사실 북정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 감이 있지만, 역사를 대하는 현재 우리의 시각을 성찰해볼 필요도 있는 듯하다.

 이제 북정록에 대한 이야기에 넘어가고자 한다. 사실 북정록 자체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할 바는 많지 않다. 이 참전기는 정말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되기 참 좋을 법한데, 그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 정도가 북정록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대부분이다. 내가 이 북정록이 쓰일 당대의 역사에 대해 조사 중인 학생, 학자라면 내용에 대해 혼자 조용히 공부할 테고,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1658년 4월 6일 맑음~8월 27일 맑음까지의 일기가 이 북정록이라는 참전기 내용의 전부이다. 쓸 내용이 없더라도 매일매일의 월, 일, 날씨를 적은 것은 전쟁 중인 장군의 일기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날씨는 농사뿐만 아니라 전쟁에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인데, 날씨에 따른 전략 변경과 적군의 행태 예측 등과 관련할 것이다.

신류는 전쟁, 전략, 아군, 적군 등에 대한 모든 상황을 제시하고 맥락을 파악하여 분석하는데 뛰어난 기술력을 발휘한다. 특히 나는 "6월 10일"에 기술한 신류의 참전기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펼쳐진 아군과 적군의 상황 제시뿐만 아니라 청군 대장이 전투 이후 보인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도 기술한다. 또한 아군의 누가 어떻게 다치고 죽었는지 상세히 기술하는데, 몇 명 정도의 수치가 아니라 정확히 "누가" 다치거나 죽었는지 모든 이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신류는 기술과 역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구체성 강박증이 있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지만, 참전기를 기록하는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여 적절하게 구체적인 기술을 해나갔다. 또한 나선정벌의 상황 자체가 청의 조선에 대한 징병적인 태도가 강해 청군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주관적으로 드러내기에 바쁠 수도 있을 텐데 상당히 상황을 객관적으로만 제시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류의 청에 대한 적대감,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또한 그렇다고 신류가 온전히 감정을 배제하는 기술만을 보인 것이 아닌,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점이 인간답고 인상 깊었다. 아군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애처로움 등을 서술하기도 하였다.

 신류를 단지 구체적인 참전기를 써주어 후대의 역사가들이 감사할 한 장군에 그치기보다는, 나는 신류라는 한 성인에도 대단함을 느꼈다. 전쟁 과정 중의 사건, 청군과의 대화 등을 통해 솔직한 인정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불확실함을 인정하는 서술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훌륭한 참전기를 쓴 한 장군뿐 아니라, 훌륭한 기록가이고 작가이다.

 오랜만에 참 담백한 역사 분야의 글을 읽은 듯하다. 물론 좋은 글, 훌륭한 사람들도 많지만 영양가도 있지만 결국 자극적인 과자들을 먹다가 비로소 건강한 자연의 식단을 즐긴 기분이다. 내용 자체의 흥미로움도 많았지만 조금 더 구조적으로, 또한 이 책이 쓰인 지금 이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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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성격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개념어 사전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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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ro2570/221338521258

원본은 위 네이버 블로그입니다.(본인입니다.) ^_^

 

2018년 하반기, "서해문집"이라는 출판사의 책들을 미리 읽어보고 서평을 쓸 감사한 기회를 얻게 되었고 최현석 작가님의 "인간의 모든 성격"은 그 첫 번째 책이다. 책을 소개하고 책의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서평보다는, 책을 읽은 후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정도의 서평을 쓰고자 한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긍정적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다. 이 책은 책의 제목 그대로, 인간의 "모든 성격"을 알려준다. 성격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성격의 유형, 개념, 요인 등등 이후 내가 성격과 관련한 자료가 필요하거나 그와 관련한 과제를 수행할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성격"이라는 소재 자체가 매력적인 소재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의미와 재미를 찾는 존재로서, 그 의미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일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건 또 없다. 사람들이 심리테스트를 즐겨 찾고 행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자기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스스로에 대입해보면서 읽으면 훨씬 재미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인 "성격유형" 중 '심리유형' 부분에서 나는 '아, 나는 내향적 감정형에 외향적 감각형인 사람이구나.' 하며 나를 찾아가는 재미로 읽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도 몇몇 있었다. 책을 펼쳐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문장은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All human personalities"이다. 이 문장에 대한 답은 결국 "성격"일 텐데, 작가님의 생각으로는 "나를 나이게 하는 것", 즉 인간의 본질을 "성격"으로 보는 듯하였다. 또한 16페이지 마지막 두 줄에서 "우리가 사람을 '성격'이라는 틀로 평가할 때는 위의 신문 기사처럼 나름의 분류를 한다."라고 하였는데, 작가님은 인간의 본질을 성격을 볼 뿐만 아니라, 그 성격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본질이라고 보는 듯하다. 여기서 나는 작가님이 이 책을 집필할 때, 가장 크고 중요한 소재인 "성격"에 대해 작가님께서 어떠한 관점을 가지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의 이런 관점을 맞고 틀리고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최현석 선생님이라는 한 사람이 인간의 성격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어느 한 "틀"을 알게 된 정도로 인식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모든 성격을 다룬 책이며, 작가님이 얼마나 꼼꼼하고 깊이 있게 공부하셨는지 감탄할 만한 책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머리말에서 작가님 스스로도 한계로 인정한 부분인데, 이 책은 결국 정보제공에 그쳤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전달하고 싶은 흥미로운 내용이 너무 많은 바람에 1차 자료 나열에 그쳤다. 기존의 선행연구 자료에 덧붙여 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겸했다면 더 알찬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님의 개입은 오로지 자료수집 이후 그 자료들 중 무엇을 선정하여 어떻게 나열할 것인지 조합의 문제까지였다. 보통 논문을 쓸 때 '서론, 선행연구 수집 및 분석, 본 연구, 연구결과, 결론'의 순서를 따르는데 이 책은 선행연구 수집까지만 하였다.
 나는 항상 어떤 책을 읽기 전,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보곤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현석 선생님은 의과대학을 나오신 의학 박사인데, 물론 선생님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든 어떤 글을 쓰든 선생님의 자유겠지만, 선생님께서 주로 공부하셨던 분야인 의학을 이 책에 대입하여 사회적 가치 혹은 의의를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내가 대학교 3학기 정도를 지내고 보면서 느낀 점은, 과제와 시험 그리고 학점에 매몰되어 급급하게 그들을 해결하는 삶의 태도는 갖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게나마 한 장짜리 글을 쓰는 과제를 하더라도 내가 주로 공부하는 전공 분야를 생각하고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를 고민하며 넓고 크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작가님이 급급하게 이 책을 썼다는 의미보다는, 선생님의 흥미분야인 인간의 모든 성격에 대해 책 하나를 집필할 정도로 웬만한 수준 이상의 자료수집을 하였으나 그 자료들에서 파생되는 선생님만의 성격에 대한 생각, 연구 등이 부재하여 아쉬웠다. 나는 이 책이 부족하기보다는 아쉬운 것이다. 선행연구 자료집이었던 이 책을 누군가 읽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작가님이 자신의 전공으로 살펴보는 인간의 모든 성격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을 가장 길게 써버렸지만, 사실 글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반론과 비판의 대상이다. 끊임없이 반론하고 비판하면서 개인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의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글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글에 대해 할 이야깃거리가 많다면 그 글이 바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간의 모든 성격을 위해 최선을 다한 자료수집판 이었고, 자료수집판 이었기에 그만큼 작가님의 개입이 적었던 게 아쉬웠다. "성격"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흥미롭게 잘 다뤄주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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