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시선 516
박준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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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처럼, 시작과 끝 사이의 공백을 오래 응시하는 시집이다. 


시어는 여전히 간결하고 결이 고운 편이며, 감정의 떨림을 절제해 담아낸다. 


그러나 그 절제가 때로는 날 선 긴장감 대신, 무난한 담백함으로 기운다.


시 속 풍경은 정갈하지만, 의도적으로 낯선 길로 가지 않는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듯 말고, 곡선만 그리다 마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 


덕분에 읽는 동안 편안하지만, 덮고 나면 강렬한 잔상보다 잘 다듬어진 여백만이 남는다.


결국 시집은, 파도를 일으키기보다 물결의 결을 곱게 빗질하는 관심이 있는 책이다


차분함이 미덕이 있지만, 그것이 때로는 가장 한계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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