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요리책
최윤건.박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 요리책은 많고 많다. 군침이 넘어가는 실감 나는 요리 사진과 화려한 레시피로 당장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요리책들. 하지만 이 책<할머니의 레시피>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요리책이라고 하지만 일기장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고, 따스한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요리책의 레시피를 보면 이 요리를 내가 만들고 싶기보다는 꼭 이대로 만들어진 할머니의 요리를 먹고 싶어진다. 맛보지 않아도 맛있을 것 같고, 보지 않아도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을 것만 같다.

"한여름에 불앞에서 뜨거운 국을 요리한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가족들 곰국 먹고 힘내라는 할머니의 마음은 무엇보다 따뜻했다.-p.31"

나 역시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니 이제서야 밥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감사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밥을 하는 것, 쉬고 싶은 주말에도 밥을 하는 것, 밖에 나가 돌아왔을 때도 쉬지 못하고 밥을 하는 것... 몸은 힘들어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자신의 피곤보다는 이 음식을 먹는 이를 더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사랑 아닐까.

할머니의 요리책은 할머니의 요리처럼 소박하게, 정감있게 쓰여있다. 서른 가지 요리에 얽힌 손녀와 할머니의 정겨운 이야기, 할머니가 삐뚤 하지만 정성스러운 글씨로 직접 적으신 할머니만의 요리법, 그 요리법을 꼼꼼히 소개하는 손녀의 야무진 그림이 모두 어우러져 손녀와 할머니, 할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느껴지는 책이다. 책을 읽고 한동안 어릴 적 먹었던 외할머니의 물렁하고 따뜻한 김치찌개가 그리워졌다. 삶이 퍽퍽하여 외롭고 지칠 때, 할머니가 차려주신 따끈한 밥 한 끼 먹듯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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