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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양산형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인연이 닿지 않아 직접 번역해본 작품은 없지만,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읽었을 때부터 팬이 되었습니다.
허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가 대박을 친 후 많은 작품을 뽑아내다보니 최근작은 질이 약간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장편은 한 편도 없고 죄다 단편인지라 전부 고만고만해요.
(데뷔작이 나온 2002년부터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가 나온 2010년까지 10권 발간. 그 이후로 2014년 현재까지 10권 발간. 뭐, 아주 많이 쓰는 작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작업량이 두 배로 늘었죠)
그래도 아직은 읽은 만하다. 도서 추리와 소녀 마법사
그래서 별 기대하지 않고 읽었습니만, 웬걸 제법 괜찮았습니다.
아무래도 범행 장면과 범인을 먼저 보여주고 뒤이어 수사가 전개되는 '도서 추리' 방식이 효과를 본 듯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중간에 '마법사'라는 비현실적 존재가 등장해 '범인은 이 사람'이라고 쐐기를 박아줍니다.
형사가 마법사라는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좀 석연치 않기는 합니다만 마법사라는 요소가 소설의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맞물려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덧붙여 범인의 정체 대신, 범인이 놓친 헛점을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이 또한 기가 막힙니다(적어도 두 단편은).
아직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완전히 말아먹지는 않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다만 캐릭터 설정은 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을 읽다보면 '능글맞으면서도 미워할 수는 없고 추리력 있는 남자 캐릭터'와 '미녀이지만 기가 세고 얼빵한 구석도 있는 여자 캐릭터'가 자주 나옵미다.
캐릭터 조형과 이름이 바뀔 뿐 엇비슷한 느낌이에요. 이 작품에서는 마법 소녀라는 양념을 집어넣어 그러한 구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이런 조합이 계속 나오면 물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머 미스터리를 계속 쓰기 위해서일까요. 한 번쯤은 틀을 확 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총평
호러와 미스터리의 조합 못지 않게 유머와 미스터리의 조합도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현재 유머 미스터리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만, 그러한 타이틀이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정'으로 읽는 작가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작품에는 제 나름대로 합격점을 주겠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마법사 시리즈 2탄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이 출간된 상태입니다. 일단 이 작품은 읽어봐야 이 시리즈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식여행에서 이 작품도 얼른 내주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