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들만 옳고 우리는 틀린가? - 인간과 사회를 사유하기 위한 새로운 철학입문
다케다 세이지 지음, 박성관 옮김 / 이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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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 왜 당신들만 옳고 우리는 틀린가?’는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철학이 왜 세계사에 등장했고 어떠한 방법을 구사하며,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또 지금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개념이나 원리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로 등장하였고 보편적인 공통이해를 목표로 삼는 사고 방법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철학을 통해 자연철학을 성립하고 자연과학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철학을 통해 근대 사회의 근본 설계도가 그려지고 이를 통해 현재의 사회시스템을 확보하였다고 하였다.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첫째는 존재, 인식 그리고 언어의 수수께끼 들을 해명하려고 하였고, 두번째는 이러한 해명을 통해 보편 인식의 가능성으로 재건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사회 본질학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보편 인식이라는 개념은 개개인들의 다양성 속에서 인간 사회가 창출해 내는 공통의 인식으로 인간 공존의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견 생각해 보면 수 많은 개개인의 다양성 속에 보편 인식을 추출하는 것이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닐텐데 저자는 그 증명의 방법으로 인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니체와 후설이 이 인식 문제를 완전히 해명하였다고 소개하고 있고, 내용의 상당 부분을 니체의 본체론의 해체와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니체는 객관 세계가 존재하지 않고 생물의 생의 세계에 나타난 세계만 존재하고 있다고 하였다. 즉 절대적 본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이를 통해 인식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하였다. 여기에 후설은 일체의 인식을 주관 속에서 구성되는 확신이라 간주하는 원인과 결과를 역전시키는 사고 전환을 통해 인식의 수수께끼를 해명한다. 이러한 확신에는 개인이 만들어낸 주관적 확신2인 이상이 공유하지만 한계가 있는 종교와 같은 공동적 확신’, 그리고 누구나 공유가능한 수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은보편적 확신이 있고 인간의 인식은 결국 이러한 확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도무지 평소 접하지 못하는 내용이라 알듯 말듯한 내용의 연속이나, P187의료의 본질학이라는 부분의 예시는 다소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즉 환자를 볼 때 증상, 진단, 치료로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에 있어 환자의 증상으로 유추할 수 있는 확실한 진단(정답)이 존재하고 이러한 정답을 찾아 최적의 치료를 한다고 하는 관점이 존재했는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데이터에 비추어 이렇게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확신의 형성을 통해 진료를 하게 된다. 이를 현대의 근거 중심의 의학이라고 하는데, 이 근거중심의 의학에 더하여 공통 확신의 형성을 통해 다학제 분야가 서로 협력하고 심지어 보호자나 환자의 의견까지도 고려하는 모습이 현대 의학의 일반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철학은 인간과 사회의 미래에 대해 품어야 할 하나의 뜻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본질 관취라고 하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만인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이론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보편과 상식이 무엇인지가, 철학이 제시해야 할 인간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저자는 본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원탁의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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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의 역사와 철학 Editorial Science : 모두를 위한 과학 2
잭 코플랜드 지음, 박영대 옮김, 김재인 감수 / 에디토리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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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원제: Artificial Intelligence: Philosophical Introduction, 1993)’는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에 얼마나 가까워 질 수 있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도입부에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서적 출간 당시인 1993년에도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을 하는 등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고 있었다.  저자는 과연 이러한 인지적 모사를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그 자체로서 사람처럼 이해하고 생각하면서 결과를 내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데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튜링 테스트, 격리된 채로 사람과 인공지능을 각각 인터뷰해서 이 둘과 대화한 사람이 어느 쪽이 컴퓨터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때는 소위 생각하는 컴퓨터라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서에서 반론으로 제기하는 것처럼 생각을 시뮬레이션한다고 해서 생각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각하는 존재의 개념 자체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특정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정말 사람의 생각이 기계의 하드웨어에서도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다만 인간이 그러하듯, 인공지능이 광범위한 적응성을 통해 인간의 독창적이고 합목적적인 행동과 언어를 수행해 나갈 때, 인공지능도 생각을 한다고 결정을 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사실 나 아닌 타인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영역이라고 본다. 타인이 나와 같이 생각을 하는지는 그의 언어와 행동을 통해 유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뇌 안에서의 벌어지는 생각의 과정이 나의 그것과 같은지는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결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의식적 존재가 갖는 미묘한 느낌을 퀄리아(qualia)’로 표현했는데, 이를 뇌 안의 생물-물리적 현상이라고 보는 물리주의자와, 생물-물리적인 것을 초월한다는 이원론자로 나뉘며 두 관점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여 결국 나의 퀄리아가 다른 사람의 퀄리아와 일치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구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기호체계 가설병렬분산처리로 제시하고 있다. 기호체계 가설은 인간의 마음은 보편적 기호체계이며 생각하는 보편적 기호체계를 구성하는 일이 원리상 가능하다는 추정이다. 병렬분산처리는 인간의 신경세포의 연결을 본 따서 만든 인공신경세포들의 층간 연결을 통해 학습과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각광받는 딥러닝의 기본 발상이다.

최근 인공지능은 연구의 영역을 넘어서 일반 생활 속에도 파고 들고 있으므로, 그것이 측정하고, 분석하고, 정의하며, 추진해 나아가는 큰 흐름에서 어떤 분야도 자유롭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20년 현재의 기술로도 인간의 종합적 사고를 모방하는 강()인공지능은 그 어떠한 실마리도 없으며, 특정 작업(바둑, 영상 및 음성 인식, 운전 등)을 대체하는 약()인공지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1993년에 소위 생각하는 컴퓨터인 강인공지능에 대해 논의를 한 부분이 흥미롭다. 특정분야에서는 인간 이상의 수행력을 보이는 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인공지능의 철학적 토대를 탐색하며, 오히려 인공지능이 모방하는 인간의 지능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 숨가쁘게 앞서 나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접근은 마치 SF영화처럼 흥미로운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의 지능에 대해 답하기 어려운 문제(생각, 자유의지, 의식은 무엇인가? 타인이 나와 같은 형태의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가?)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경이로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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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의 탄생 - 합성생물학은 어떻게 인공생명을 만들었는가
크레이그 벤터 지음, 김명주 옮김, 이대한 감수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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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고 하는 근원적인 질문은, 양자물리학자 슈뢰딩거의 1943년도의 더블린에서의 강연의 제목이자 동명의 책의 이름이기도 한데, 본서 인공생명의 탄생은 그 질문에 영감을 받은 저자 크레이그 벤터가 생명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연구 여정을 담고 있다.

슈뢰딩거에 의하면 생명은 스스로 질서의 흐름을 부여해 원자의 혼돈속으로 붕괴하는 것을 모면하는 재능, 그리고 적절한 환경에서 질서정연함을 흡수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수백 년 동안 과학의 주된 목표는 이러한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생명 현상을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눈부신 분자생물학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적 진보를 이끈 많은 연구자들의 업적과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그 중 1953년에 Nature에 발표된 너무나도 유명한 왓슨과 크릭의 DNA의 이중 나선 구조에 대한 논문은 자기 복제하는 DNA의 정교한 분자구조를 설명하여 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현대식 컴퓨터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튜링과 같은 공학자는 부호화된 생명 정보 시스템을 컴퓨터 내의 논리적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인공생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와 같은 생물학과 컴퓨터공학(디지털)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소위 디지털 생물학이 태동하면서 1960년대 분자생물학 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가속화 한 것이 DNA를 자를 수 있는 제한효소였고 이는 1970년대의 유전자 편집혁명으로 연결된다. , 유전자를 붙이고 삽입하여 재조합DNA’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시기부터 생명의 소프트웨어인 DNA에 대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명의 하드웨어인 단백질, 그리고 RNA의 기능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기술 진보의 과정에 저자인 벤터의 팀은 전체유전체샷건시퀀싱을 통해 H.인플루엔자균의 이중나선을 컴퓨터의 디지털정보로 바꾸어 해독하는데 성공하여 생명체의 DNA를 해독하고 다른 생명체의 그것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비교유전체학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였다. M.게니탈리움과 메타노코수스 및 미코플라스마 뉴모니아로 연구의 범위를 넓히던 벤터 연구팀은 DNA의 화학적 합성에 도전하여 PhiX174라는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인위적으로 복제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M.게니탈리움의 합성염색체를 만들고 이를 다른 세포에 이식하여 종을 전환하는데에도 성공하였으며 더 나아가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를 합성유전체를 통해 살아있는 세포로 창조했다. 즉 벤터 팀의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컴퓨터로 생명의 부호를 디자인하고 화학적 합성을 통해 그것을 DNA소프트웨어로 번역하고, 그 합성 부호를 작동시켜 새로운 유기체를 창조하여 생명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에 대한 본질에 더욱 다가가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합성세포를 성공적으로 합성해낸 경험을 통해 책의 서두에 슈뢰딩거가 던진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DNA는 모든 생명의 소프트웨어이며 기초이다라고 하는 하나의 매력적인 답변을 제시하였다. DNA라고 하는 생명의 기초는 디지털 정보로 치환하고 역으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전송, 복사 할 수 있다. 그래서 원문 제목이 ‘Life at the Speed of Light’이다.

본문에서는 저자가 주로 연구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유전체 기술과 정보의 급속한 발전은 의학 분야에서, 특히 개인의 유전자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나 다양한 유전 분석 진단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유전체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 나가는데 있어, 이 책의 원문 출간 시기인 2013년에 비해 지금은 더 많은 유전체학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최신 지견을 얻기 보다는 오늘 날 우리가 서 있는 유전정보학의 토대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차분히 리뷰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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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불평등 - 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김영선 옮김, 홍기빈 / 북트리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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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고통에서 시작하여 사회 문제로 인식의 확대.

자동화된 불평등(원제: Automating Inequality: How High-Tech Tools Profile, Police, and Punish the Poor)은 저자인 유뱅크스가 본인과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동거인 제이슨이 심한 폭행을 당했던 사건을 회고하면서 시작한다.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 상태로 저자의 보험에 함께 들어 있던 제이슨은 공교롭게도 습격 며칠 전에 보험회사를 바꾸었는데 이 때문인지 수술 및 치료와 관련된 보험금 수령에 문제가 발생한다. 큰 수술 이후 동반자를 간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저자는 거액의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1년이 넘는 지루한 싸움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본능은 어떤 알고리즘이 두 사람을 보험 사기 조사 대상자로 지목했고 이로 인해 적신호를 받았다고 추측한다. 집필 시작 후 일주일 만에 발생하여 수년간 지속되었던 고통스런 개인적 경험의 소개로 시작된 본서는, 거대한 디지털 데이터 체제안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누구든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터무니없는 의혹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문제의식으로 논지를 확장한다. 특히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소위 디지털 감시의 주된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 책의 전반에 깔려있는데, 디지털 의사 결정에 의한 빈곤 관리 기술은 사회복지사업이면서 동시에 가난한 노동자 계층의 추적 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고 디지털 기술의 사용자와 대상자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 사회 복지 시스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정과 관련 단체뿐 아니라 개별사회복지사, 활동가, 정책입안자, 프로그램 관리자, 기자, 학자, 경찰관까지 직접 만났는데, 그야말로 직접 발로 뛰어 만든 노동집약적 노력이 현실화된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심화시키는 자동화된 불평등

위와 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충격적이게도 미국의 전역에 걸쳐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체계가 가난한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개인 정보를 습득하고, 관리 표적으로 삼아서 오히려 생존에 필요한 공공 자원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동화된 의사 결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비범죄자의 낙인을 찍고, 차별을 심화하고, 사회 안전망을 파괴하여 제목이 말하는 자동화된 불평등은 가속화된다. 이러한 상황은 저자가 소위 디지털 구빈원이라고 명명한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위험 모형을 통해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전례없이 거대한 비인간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은 디지털 구빈원에서 자동으로 시행되므로, 빈곤 퇴치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전문직 중산층은 아무런 윤리적 거리낌 없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석하였다.

 

#풍부한 실례가 주는 경각심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대안

상술한 내용은 저자가 직접 3 동안 105회의 인터뷰를 포함한 가정법원 참관, 아동 학대 상담 전화 관찰 공공기록과 법원 기록 등을 토대로 도달한 결론이다. 본문은 인디애나 주의 복지수급 자동 자격 판정,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인 전자 등록 시스템, 엘레게니 카운티의 아동 학대 예측 모형이라는 차가운디지털 의사결정을 통해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개개인들의 현실의 목소리를 3개의 장에 걸쳐 매우 생생하게 실제 사례와 함께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이러한 장점은 아쉽게도 실현 가능한 대안 제시로 연결되지는 못한 듯하다. 저자가 급진적 해결책으로 디지털 구빈원체체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면서 내세운 대안이 50년전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이 미국인들의 인권을 위해 제시한 인간의 6가지 기본권(일자리, 최저 소득, 주거 자유, 교육, 의사 결정에의 참여 의료 혜택) 확립이다(p320). 이미 오랜 역사를 거쳐 구축되어 돌아가는 국가의 복지 선별 시스템의 구체적 문제를, 구조 자체의 알고리즘 완성도를 높인 모델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실현되면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현실 속에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무수한 이해 관계 때문에 현실화 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이상적 일반론으로 접근할 것을 제시한다. 여기에 더하여 데이터 과학자, 시스템 공학 전문가, 해커, 행정 공무원 등을 빅데이터 시대의 의사 상정하고, 그들이 선언하기를 바란다는 소위 ()히포크라테스선서에서는 아예 개별 담당자들의 윤리의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만약 기술을 설계하는 정부의 윤리의식이 왜곡된 시스템의 핵심 문제라면 디지털 구빈원 굳이 해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를 디자인하고 유지하는 사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했기에 굳이 의료에 비유해 보자면,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인품이 훌륭한 도덕성을 갖춘 의사를 만나는 것은 환자 개인에게는 너무나 행운이겠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그러한 도덕성을 의료 정책의 가장 앞에 두고 망가진 의료 체계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전체 환자가 겪는 현실의 구체적 어려움은 줄이기가 어렵다. 의료 환경이 왜곡되어 있다면 막대한 의료 비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보험 체계와 적절한 의료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의료 시스템의 구체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데 시작점이 선한 의지 수는 있겠지만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각론이 필요한 상황에서 총론만 재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의료 현장에서도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치료는 현재 가장 각광 받는 연구 분야이고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환자의 데이터가 더욱 세밀하게 그리고 더욱 오랫동안 축적되고 분석할수록 개별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커진다는 것이 최신 화두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배경이다. 만약, 환자의 세밀한 정보가 누출되었을 때의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을 문제로 삼는다면 의료 시스템의 보안문제를 해결책으로 고민해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인데, 아예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의료 빅데이터 기반 헬쓰케어 분야도 아직 까지는 많은 구조적 문제가 있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을 하면서 현재까지는 자동화된 의료 사람에 의한 의료 서로 상보적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사회 복지 체계를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디지털 의사 결정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억울하게 외면당하는 대상자들에게는 분명 차가운 알고리즘이 미처 감별하지 못한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 보고 보완을 따뜻한 인간복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의 신이 말한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말은 비단 디지털 시스템 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격언이라고 생각하며 서로가 완벽하지 않기에 상호 교차하는 강점과 약점을 점을 보완해 가며 나아가야 것이다. 대안 제시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생각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자동화된 불평등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고 시대의 대세인 빅데이터 시대의 밝은 부분 만이 아니라 어두운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어 경각심을 갖게 했다는 만으로도 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 이후에 과연 세부적인 어떠한 보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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