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생명의 탄생 - 합성생물학은 어떻게 인공생명을 만들었는가
크레이그 벤터 지음, 김명주 옮김, 이대한 감수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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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고 하는 근원적인 질문은, 양자물리학자 슈뢰딩거의 1943년도의 더블린에서의 강연의 제목이자 동명의 책의 이름이기도 한데, 본서 인공생명의 탄생은 그 질문에 영감을 받은 저자 크레이그 벤터가 생명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연구 여정을 담고 있다.

슈뢰딩거에 의하면 생명은 스스로 질서의 흐름을 부여해 원자의 혼돈속으로 붕괴하는 것을 모면하는 재능, 그리고 적절한 환경에서 질서정연함을 흡수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수백 년 동안 과학의 주된 목표는 이러한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생명 현상을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눈부신 분자생물학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적 진보를 이끈 많은 연구자들의 업적과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그 중 1953년에 Nature에 발표된 너무나도 유명한 왓슨과 크릭의 DNA의 이중 나선 구조에 대한 논문은 자기 복제하는 DNA의 정교한 분자구조를 설명하여 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현대식 컴퓨터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튜링과 같은 공학자는 부호화된 생명 정보 시스템을 컴퓨터 내의 논리적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인공생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와 같은 생물학과 컴퓨터공학(디지털)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소위 디지털 생물학이 태동하면서 1960년대 분자생물학 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가속화 한 것이 DNA를 자를 수 있는 제한효소였고 이는 1970년대의 유전자 편집혁명으로 연결된다. , 유전자를 붙이고 삽입하여 재조합DNA’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시기부터 생명의 소프트웨어인 DNA에 대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명의 하드웨어인 단백질, 그리고 RNA의 기능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기술 진보의 과정에 저자인 벤터의 팀은 전체유전체샷건시퀀싱을 통해 H.인플루엔자균의 이중나선을 컴퓨터의 디지털정보로 바꾸어 해독하는데 성공하여 생명체의 DNA를 해독하고 다른 생명체의 그것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비교유전체학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였다. M.게니탈리움과 메타노코수스 및 미코플라스마 뉴모니아로 연구의 범위를 넓히던 벤터 연구팀은 DNA의 화학적 합성에 도전하여 PhiX174라는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인위적으로 복제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M.게니탈리움의 합성염색체를 만들고 이를 다른 세포에 이식하여 종을 전환하는데에도 성공하였으며 더 나아가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를 합성유전체를 통해 살아있는 세포로 창조했다. 즉 벤터 팀의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컴퓨터로 생명의 부호를 디자인하고 화학적 합성을 통해 그것을 DNA소프트웨어로 번역하고, 그 합성 부호를 작동시켜 새로운 유기체를 창조하여 생명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에 대한 본질에 더욱 다가가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합성세포를 성공적으로 합성해낸 경험을 통해 책의 서두에 슈뢰딩거가 던진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DNA는 모든 생명의 소프트웨어이며 기초이다라고 하는 하나의 매력적인 답변을 제시하였다. DNA라고 하는 생명의 기초는 디지털 정보로 치환하고 역으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전송, 복사 할 수 있다. 그래서 원문 제목이 ‘Life at the Speed of Light’이다.

본문에서는 저자가 주로 연구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유전체 기술과 정보의 급속한 발전은 의학 분야에서, 특히 개인의 유전자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나 다양한 유전 분석 진단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유전체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 나가는데 있어, 이 책의 원문 출간 시기인 2013년에 비해 지금은 더 많은 유전체학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최신 지견을 얻기 보다는 오늘 날 우리가 서 있는 유전정보학의 토대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차분히 리뷰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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