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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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판타지 앤틱 동화라고 리뷰 제목을 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 발로 걷는 수인들과 그런 수인들의 양복을 재단하는 인간 재단사, 그리고 실제 19세기 소빙하기라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하여 경제적 및 정서적으로 우울한 가상의 런던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관과 조금의 정치적인 분쟁이 재미있게 한데 어우러져있다.


판타지라고 하여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치밀한 스토리텔링이나 설정에 흠뻑 젖은 대서사시라는 느낌보다는, 등장인물간의 인물관계 및 내면의 감성에 포커스를 더한 점이 내게는 좀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근현대적인 배경이어서 그런 것도 있을테지만 각 인물간의 오해와 대립, 조율과 화해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정말 이 수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내가 실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도 그렇지만, 삽화를 보면서 더욱 이 책 속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  


특히 소빙하기로 인해 찾아온 만성 겨울잠과 같은 질병인 '딥슬립'을 통해 나타나는 작품의 정서 자체가 어두운 편인 것에 더해, 아이들이 부르는 빅슬립의 노래는 장송곡과 같은 음산함과 우울함을 배가시킨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멋진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하루를 즐기고 살자는 이 의문의 구호 운동 '금수 의복 경연 대회'를 주최한 밀리언 섀클턴은 런던에 살아가는 수인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물질적인 도움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구원을 주고자 한다. 그리고 작가는 수인의 정체성은 본디 짐승으로 자연에서 사는 것이 필연이라 주장하는 '리그레서'라는 무리들을 이야기에 등장시킨다. 이들은 '옷'은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여기며 더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자연회귀자들이다. 본 책의 제목에 나와있는 이 경연 대회의 주적인 셈이다. 


경연 대회 주최측과 리그레서의 갈등을 첨예하게 그리는 것도 잊지 않는 부분 또한 작가가 스토리적으로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디스토피아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긍정 세력과 부정 세력의 다툼의 클리셰적인 재미를 잊지 않으면서도, 작가 본인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인, 인간이 가진 마음의 따뜻함을 필두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정서적인 응원과 구원을 넣으려 한 것은 대단한 시도이다. 이는 현시대의 인간찬가와도 이어지는 가슴따뜻한 책이라 느꼈다.


이제 그런 세계관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주는 아름다운 펜화로 그려진 삽화들이 화룡점정이다. 옷차림과 표정, 그리고 작중 나타나는 건축물들의 정교함과 미적인 해칭은 본 책의 풍미를 한껏 더 끌어올려주는 마법의 조미료.


글작가와 그림작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진심으로, 간만에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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