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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가 달린다 ㅣ 높새바람 42
김영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8월
평점 :
난 작게 '표그'를 발음해 보았다.
'표'를 발음할 때 휘파람 소리가 조금 나는 것 같았다.
말할 때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줄임말이 익숙하다.
그럼에도 4학년 딸아이는 "표-그?"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책을 읽기 시작했고, 표그의 정체가 바로 밝혀지지 않으니 답답해 하기까지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읽을수록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빨리 읽어버리게 만드는 거다.
"표그"의 정체가 밝혀지니 "아으"가 등장하는 식이다.
빨리 읽어 내려갔지만 마음에 길게 남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아직도 병원에 계신 친정아버지를 떠올리며 책을 추천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몸이 아픈 하동이와 아버지가 겹쳐 보인다.
팔순이 다 되셨음에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당신의 몸이 당황스럽고, 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추접스럽다고까지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넘 안쓰럽고, 자식된 마음에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하동이 엄마, 아빠 마음을 이해하기엔 한참 멀긴 하지만...
아픈 하동이가 너무 어른스럽고, 의젓한게 안쓰럽고 불편하긴 했지만 영원히 표그가 되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다운 마음이 더욱 애틋하다.
결국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끝까지 함께 하는 친구들과 함께 아픈 현실이지만 직접 겪어내는 쪽으로 결정하는 하동이를 보면서 아버지가 현재의 아픈 현실을 잘 이겨내실 수 있게 힘을 드려야지, 내 아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꿋꿋하게 버티는 큰나무가 되어야지...라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