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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 - 100전 99승
톰 앨스틸 지음, 김병희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8년 3월
평점 :
들어는 봤나? 크리에이티브의 필살기
어릴 적 즐겨보던 무협지에서는 항상 강호의 고수들이 전설로 내려오는 비책이나 비법을 익혀 악당을 무찌르고 영웅으로 등극하는 내용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틀에 박힌 형식이지만 그도 그럴 것이 영웅은 얼굴만 잘 생겼다고 영웅이 되는 건 아니었다. 지금도 내 마음 속 영웅을 있게 한 건 바로 그만의 필살기! 악당에게 실컷 농락 당하다가 결정적일 때 시원하게 한 방 날리는 그의 필살기는 나에게 카타르시스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아는 광고계는 철저하게 실력과 결과로 평가 받고 그 승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다. 비딩 승률 3할만 넘더라도 야구에서 4번 타자만큼 높히 칭송 받을 것이고 반면, 수 없이 지새운 밤이 무색하게 매일 죽을 쑤는 맹물들은 화려한 무대 뒤의 들러리 정도로만 여겨질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 광고계의 영웅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하여 하늘에서 광고 필살기 한 권이 떨어졌으니 100전 99승을 원하는 자는 여기에 주목할지어다!
총천연색 크리에이티브 비법 스펙트럼
그 동안 천편일률적인 광고 지침서의 특징을 두껍고 복잡하고 무미건조한 문체와 똑같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다 개인적으로 단 한 줄도 머리에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아카데믹한 이론을 전달하는 목적이라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100전 99승을 장담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그 시작부터가 남다르다. 광고의 역사, 크리에이티브 관리 과정 등 일반적인 이론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카피라이터와 CD들이 가지는 태도, 고민, 일 하는 방식 등 매우 세밀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매우 독특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이론서로서 드물게 ‘변화하는 시장의 쟁점들’이라는 장을 따로 구성하여 트랜디한 이슈들까지 패턴으로 정리한 점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흔히 광고계에서 기획과 제작이 생각과 관점의 차이 때문에 서로 으르렁 거리는 앙숙이라고들 한다. 이런 점에서 논리와 개념의 싸움에 익숙한 AE들이 제작의 스타일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번쯤은 AD Brief와 함께 곁에 두었음직한 책이다.
광고 고수가 되어가는 자신감을 품고
사실 사람들은 광고를 보는 대상으로만 알고 있지 만들어지는 대상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창의적이다’라는 말도 만들어 진 결과물을 지칭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광고가 단순히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꼬집어 말해주는 듯 하다. 카피, 레이아웃, 컨셉 도출에 이르기까지 크리에이티브 제작의 기본적인 이론에서부터 TV, 라디오, 인쇄, 옥외, 인터넷 등 다양한 광고의 카테고리들을 매우 방대하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책 곳곳에 생생한 비주얼과 함께 제시된 광고 사례들은 각각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며 ‘광고 전쟁 이야기’에서 소개되는 성공 스토리는 광고계 강호들의 흥미진진한 무용담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명쾌하고 당당한 문체가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의 책을 다 섭렵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광고 고수가 되는 그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