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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 정책 매뉴얼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 2008년 7월
평점 :
사실 자유주의 무역이 발전에 더 좋다는 것은 우리의 직관에 어긋난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는 절대우위란 개념을, 리카르도는 상대 우위란 개념을 이용하여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설득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경제학의 발전에 따라 자유주의 무역이 절대 선이고 옳으며, 보호무역주의 - 혹은 계획경제, 수정 자본주의 - 는 악한 것으로 주장되는 경향이 있고, 그 설득력이 상당한 것 같다.
하지만, 박정희의 강력한 통제경제로 발전을 이루어온 우리나라에서 그런 주장이 얼마나 먹히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 첫 경제학 서적이 대기업에 의한 성장을 중시하는 송병락 교수 - 이원복 교수가 그림을 맡은 만화책이지만...^^ - 의 한국, 한국인, 한국 경제였던 나는 특히 더 공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 때 부터, 진보로 분류되는 노무현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까지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신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도 꽤 그 세력이 퍼져있거나, 주류로 자리잡은 것 같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강하게 비판한다. 즉 자유주의에 의해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선진국조차 개발 초기에는 보호주의를 통해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경제학자들이 신자유주의를 강하게 옹호하는 것은 잘못된 신화에 대한 믿음이거나 선진국이나 금융세력이라는 특정한 집단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전작인 착한 사마리아 인들에서도 제기되었으나 이 책에서는 대안까지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대안은 없다'고 한 대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을 비판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면서 미국의 반식민지이다시피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대안이 없다.'란 말은 어떤 대체 철학이 없다라는 뜻보다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강대국의 뜻에 그냥 따라야 한다는 말이나, 그들이 깔아놓은 틀안에서 행동해야 한다는 자위섞인 말에 더 가깝지 않는가 싶다.
맺음말에서 장하준 교수는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국제 환경이 절대 불변의 진리라고 믿으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여러 방안을 통해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또 게임의 룰을 당장 바꿀 수 없더라도 지금의 WTO나 IMF 체제 하여서도 허용된 여러 정책정 대안들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는 우리사회 상위 1%를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대다수의 국민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경제성장을 통해 국부가 증진된다거나 - 그러면서 분배 방식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장하준 교수는 실제로 정부가 거의 힘을 못 쓰는 신자유주의 체계하에서는 실제로 부의 분배는 거의 일어날 수 없고, 편중만 일어난다고 말한다. - 세계적 대세라 어쩔 수 없다거나 하면서 절대다수를 기만하고 있다. 슬프게도 일부 사람들은 그들의 논리에 공감함으로써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강대국에 이리저리 치이는 우리 정부를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어보면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란 것을 알 수있다. 그들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무에 태만한 나쁜 공복인 것이다. 현 세계적 상황속에서도 대안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압세우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과감하게 OUT시켜야 한다. 강대국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왜 우리가 세금으로 부양해야 하는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도, 현실 세계에서도 대안은 분명히 있다.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게으른 자들이거나,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우리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기만에 더 이상 속지말고, 우리의 이익을 위해 부지런히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틈새를 잘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공부의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무임승차에 해당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냉전시대에 - 한국, 대만 등을 포함한 - 많은 개발도상국 은 그런 무임승차로 고도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분노한 선진국들의 반격이 현재의 신자유주의 물결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측면의 내용은 없이, 지나치게 자국중심주의, 개발중심주의로 치우쳐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체계는 그리 오래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면이 이 책의 대안들이 주는 한계인 것 같다.
다만 이 책의 전작인 착한 사마리아인들에서 저자는 개발도상국이 개발되어 가치가 상승되면 금융산업이 발달한 선진국도 투자처가 늘어나고, 투자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선진국들도 이익을 볼 수 있었음을 말한바 있다. 이런 식의 윈-윈 전략을 제시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