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 서사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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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출판사제공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일단 책의 두께가 주는 압박감이 엄청났고 주제 또한 날 머뭇거리게 했던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최근 환경에 관한 것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청한 서평단이었는데... 두께가 주는 압박은 ㅎㅎㅎ
책을 쓴 저자도 생소하고 책의 목차를 보면서도 꽤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프레온'이다 프레온? 어랏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주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한때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이야기로 뉴스를 장식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프레온 가스가 들어있는 헤어스프레이와 같은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고, 이후에는 프레온가스가 들어있지 않다는 문구가 눈의 띄는 제품들이 출시되곤 했었다
그래도 찝찝해서 한동안 헤어스프레이는 자취를 감추고 헤어젤 제품이 폭발적으로 판매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프레온의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프레온이라는 냉매가 주로 사용되었던 에어컨의 역사와 에어컨이 상징하는 개인의 편안함, 그 배경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인종을 포함한 소수 계층에 대한 차별, 누군가의 편안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또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 하며 비판한다
난 프레온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대체된 다른 냉매와 화학 물질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전혀 생소한 부분이었다
읽는 내내 놀랍고 화도 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은 수박 겉핥기도 아닌 그냥 수박이 익었는지조차도 못 알아보는 무지의 세계였다
"이 편안함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저자의 반복되는 질문은 나에게 꽤나 깊은 물음표로 자리 잡았다
이 편안함의 기준이란 게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어쩌면 우린 에어컨을 통해 쾌적함을 선물 받은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점점 잃어가고 세뇌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에어컨이 집에도 학교에도 없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견디며 살 수 있었다 삼복더위를 이기기 위해 "피서"라는 명목으로 여행도 가고
가족들이 옹기종기 거실에 누워 납량특집 드라마를 보며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다
자다가 더워서 깨면 샤워 한번 더 하고 다시 잠들고 선풍기 타이머를 맞추며 잠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에어컨 없는 여름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미 우리 몸은 그렇게 지배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에어컨의 폭발적인 사용은 지금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데 큰 원인이 되었다

프레온이 치명적인 오존을 파괴한다는 연구로 인해 대체되어 개발된 또 다른 물질이 냉매로 등장하며
그 냉매는 직접적인 오존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지만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에어컨의 폭발적인 보급과 함께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탄소 배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프레온 대신 또 다른 물질로 지구를 위협하는 것이다
결국 환경을 위한 제도가 기업의(혹은 특정 국가나 권력을 가진 계층의) 이익을 빼앗아 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악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배경의 기록들을 책에서 매우 상세히 풀어 설명해 주는데 그 양이 사실 엄청나다
심지어 믿어도 되는 이야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저자 정말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저자는 꼭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어컨 사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건 사실이다
에어컨을 켤 때 분명 한 번은 생각날 것 같다(그걸 노린 게 틀림없다 ㅋㅋ)

안락함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누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관점에서 편안함을 정의하느냐다.
p566
편안함에 대한 우리의 정의를 확장하거나 변화시키고 우리 행동의 상호 의존성을 인식해야 한다.
p567
나는 누구에게도 이타적이거나 영웅적인 행동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상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해 보기를,
우리 각자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고자 하는 다중적이고 서로 겹쳐지는 세상, 더 많은 가능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말이다.
p578

저자는 일단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한 목적을 하나 달성했다
나라는 독자를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깐...

@seosawon
#일인분의안락함 #서사원 #벽돌책 #환경 #과학도서 #과학책추천.#양갱_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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