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중학생 때인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자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유대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못 듣고 본 영화여서 그 때는 사실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생각이 안난다. 나중에 20살이 훌쩍 넘어서 다시 본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는 내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나왔던 끔찍한 대화들에 몸서리가 쳐졌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게 주어진 문제라며 이런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푸냐고 푸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문제가 이렇다.

정신병자는 부양비가 하루 4마르크씩 들고 절름발이는 4.5마르크, 간질병은 3.5마르크가 든다. 평균치가 하루 4마르크이고 환자가 30만이라고 가정할 때 이들을 전부 제거한다면 얼마가 아껴질까요?

영화의 배경은 나치독일 하에 유대인 말살정책이 자행되었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히틀러는 장애인과 동성애자 그리고 유대인 등을 지독히도 혐오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가 정권을 잡기 전부터 계속해서 그들을 지구상에서 제거할 계획들을 세우며 조금씩 진행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정권을 잡은 뒤에 그는 세계전쟁의 와중에서도 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다.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라는 책도 유대인 학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라 활자도 크고 책의 두께도 얇거니와 설명도 어느 책보다도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데 모자람없는 아주 깊이있는 책이다.

이 책은 질문과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대인에 관해 가장 정통하다고 인정받는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작가인 아네트 비비오르카와 그의 딸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었던 박물관화된 수용소가 생각났다. 그 곳에는 유대인들의 머리카락, 단추, 안경, 신발, 옷가지들을 다 모아놓았는데 얼마나 많은지,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대중의 무관심들을 보여 준다. 대량학살 당시 그 많은 독일인들과 독일에 의해 유대인과 같이 멸시를 당했던 폴란드인들 마저도 유대인 대량 학살에 무관심했다고 한다. (물론 독일인,폴란드인 중에도 소수의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돕거나, 그들도 수용소에서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무관심이 더 많은 희생자를 치르게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무관심은 나중까지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왜 이 책에 애착이 가는가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일제 하의 위안부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의 당사자들은 사라져 가고 있는데 문제가 해결은 나지 않고, 대중의 관심도 사그라들고 있다. 대학 때 한 수업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 일본인 청년의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일본인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머니들에게 더 관심이 없다는 말은 참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돕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결국에는 과거에 없었던 일이 되버리고 말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없애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할머니들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픔이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살아있는 할머니 한분 한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에 쓰여진 말에 참 공감이 간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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