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선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8
폴 빌리어드 지음, 배현주 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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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선물

폴 빌리어드 글 / 배현주 그림 /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이해의 선물, 다들 기억하시나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배웠던,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작품이에요.

저는 아직도 이 작품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요 -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버찌씨, 모자라나요?(라는 아이의 대사), 2센트(위그든씨의 거스름돈)
그리고 위그든씨가 주인공 나에게 물려준 유산, 이해심!
이 작품의 핵심은 바로 '이해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갑자기 교과서 본문 내용을 분석하는 듯한 느낌?? ^^ㅋㅋㅋ

어쨌든 제목만 들어도 추억 돋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어 함께 읽어 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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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행복한 기억은 아마도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에 얽힌 추억일 것이다. 맨 처음 그 사탕 가게에 갔을 때 나는 많아야 네 살이었다. 그러나 겨우 1센트쯤밖에 안 하는 보물들로 가득 차 있던 그 멋진 향기는 반세기도 더 지난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이 작품은
폴 빌리어드의 자전적 에세이 『Growing Pains』에 실려 있는 단편 중 하나예요.
요약 번역본이 아니라 원작 전문을 새롭게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원작의 감동을 더 깊이있게 느낄 수 있어요.

위그든씨의 사탕가게!
저 문을 열면 종소리가 울리면서 위그든 씨가 조용히 나타날 것만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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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에 달린 작은 방울이 울리면 위그든 씨는 언제나 조용히 나타나 진열대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위그든 씨는 나이가 많아 머리에는 이미 곱고 하얀 백발이 구름처럼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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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는 아이들이 고른 사탕을 봉지에 담은 뒤 잠깐 기다려 주는 방법을 썼다.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위그든 씨의 치켜 올라간 눈썹이 다른 사탕과 바꾸고 싶으면 어서 바꾸라는,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고 알려 주는 신호라는 것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해했다.

 

 

외양과 행동을 통해서도 위그든 씨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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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시 돈이 뭔지 전혀 몰랐다. 용돈을 받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내가 받아 본 돈이라고는 아주 가끔씩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두 분의 친구들이 돼지저금통에 넣으라며 쥐여 주는 반짝이는 동전 몇 개가 전부였다. 다만 어머니가 가게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동전을 건네면 꾸러미나 봉지를 받는 것을 보면서 교환의 개념이 서서히 마음속에 자리 잡아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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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두 구역이나 떨어진 위그든 씨의 가게까지 혼자 가 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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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사탕, 초콜릿 밀크캐러멜, 눈깔사탕, 땅콩볼, 감초젤리, 목걸이 사탕 등
형형색색의 달콤한 사탕들을 묘사했어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사탕의 생김새와 맛이 저절로 상상 되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어요.
아이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떤 사탕이 제일 맛있을까 골라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이 사탕도 맛있어 보이고, 저 사탕도 맛있어 보인다며
쉽게 고르지 못하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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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사탕을 얼마나 많이 골랐던지 진열대 절반쯤 왔을 때 봉지가 이미 두 개나 채워져 있었다. 위그든 씨가 진열대 위로 몸을 굽히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 이만큼 살 돈은 있니?"
"그럼요. 저 돈 엄청 많아요."
나는 주먹을 뻗어 위그든 씨의 손바닥에 반짝이는 은박지로 정성껏 싼 체리 씨 여섯 개를 좌르르 떨어뜨렸다.
위그든 씨는 한동안 손바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을 들어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여섯 개의 체리 씨... 바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죠. ^^
그렇다면 위그든 씨는 이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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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나요?"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위그든 씨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너무 많구나. 잠깐 기다려라. 거스름돈을 갖다줄 테니."
위그든 씨는 그렇게 대답한 뒤 구식 현금기계로 가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을 열었다. 잠시 뒤 계산대로 돌아온 위그든 씨는 몸을 굽혀 앞으로 내민 내 손바닥에 1센트 동전 두 개를 떨어뜨려 주었다.

 

 

위그든 씨는 돈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순수한 어린 소년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멋진 지혜를 발휘하게 됩니다.
위그든 씨가 어린 나에게 거슬러 준 2센트... 바로 이해심!
이 그림책의 표지이기도 한 바로 이 부분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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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위그든 씨의 이런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어린 소년은
성장하여 훗날 열대어 가게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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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바닥에 5센트짜리 동전 두 개와 10센트짜리 동전 하나가 투두둑 떨어졌다.
순간 까마득한 과거에 위그든 씨가 내게 물려준 유산의 여파가 온전히 느껴졌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가 지난날 그 노인에게 안겨 준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했고, 그 분이 이 문제를 얼마나 멋지게 해결했는지를 깨달았다.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위그든 씨의 눈빛에 애를 태우며 다시 그 작은 사탕 가게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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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자라나요?"
"아니, 너무 많구나."
... 나는 현금기계 서랍에서 1센트 동전 두 개를 꺼내 여자아이의 손에 떨어뜨려 주었다.

 

 

순수함을 지켜 줄 수도, 파괴해 버릴 수도 있는 힘! 이해심!
어른이 된 나는 그제야 위그든 씨가 준 이해의 선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고,
그 선물을 또 다른 아이 어린 남매에게 그대로 물려줍니다.

과거의 사탕 가게와 현재의 열대어 가게, 그리고 과거의 위그든 씨와 현재의 나!
과거와 현재의 비슷한 상황이 교차되면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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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코끝에서 그 젤리사탕 향기가 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세대를 넘어 지키고 전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 그림책은 그런 물음에 대해 가장 명쾌하면서도 감동적인 답을 우리에게 선물해주고 있어요.

위그든 씨의 위대한 선물,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해 줄 차례입니다!
단편 문학이라 소리내어 읽기엔 글이 제법 긴 편이지만
아이들에게 읽고 또 읽어주고 싶은 작품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이 위그든 씨를 그리워하듯, 저도 위그든 씨가 그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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