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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우리에게 우리가 되돌아갈 어딘가, 즉 연속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장소는 우리 삶의 일부분을 서로 연결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친숙함을 준다. 장소가 제공하는 커다란 눈금 안에서 우리의문제는 어떤 맥락을 얻고, 광활한 세상은 상실이나 문제 혹은 추합을 해결하고 치유해 준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장소들은 그곳에 우리 자신의 역사가 깊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곳이 우리로하여금 다른 이야기 또는 다른 자아를 상상하게 해 준다는 이유로, 혹은 그곳에서는 술을 잔뜩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안식처가 되어 준다.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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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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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하고 싶다‘라는 인생을 방치하면 좀체 생겨나지 않는 이 느낌은 소중하고 영험하다. 뭔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관장하는 ‘나도 할래 수용체(I want to do somethingreceptor)‘는 나이가 들면서 그 수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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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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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문을 닫듯이 마음을 닫아버리면 나는 언제나 내 마음의 불길로부터 안전했다. 하지만 그해 봄에는 그 문이 더는 내 힘으로닫히지 않았다. 슬프다거나 괴롭다는 감정보다도 내 마음 하나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먼저 일었다. 처음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으니까. 책을 읽고 산책하고 샤워하고 음악을 듣고 운전하고 수영하고 일에 몰두하고 심호흡을 하고 일기를 써도, 그렇게 내 마음을 ‘정상화‘할 수 있는 모든 버튼을 누르고 조종간을 건드려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마침내 내가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마음은 한밤중에 전소한 헛간처럼 무너져내렸다.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생각나? 너네 삼촌이 항상 물어봤었잖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자 갑자기 목이메었다.
"소리야, 뭐하고 싶어? 네가 아무거나, 라고 답하면………."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꼭 감았다.
"아무거나는 답이 아니야,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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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정윤 언니가 그랬지. 나는 이 문제로 글을 쓸 수 없다고. 어쩌면그 말이 맞는지도 몰라. 가끔씩 언니들의 마음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서 내가 언니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윤 언니의 말을 생각해.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모른다고 착각하지 말자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은 희영의여린 얼굴을 떠올렸다. 그건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외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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