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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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라는 배우가 책을 엮었다고 생경스러웠다. 책을 구입하고 보니 이번이 두 번째 출간 된 책이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었다.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신선해서 평소 관심이 없던 배우 하정우에게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두 다리 멀쩡한 사람 중에 걷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어떤 걸음이기에 책으로까지 엮어졌는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배우라는 직업의 화려함 뒤 숨겨진 이면에는 ‘기다리는 시간’으로 대부분의 날들을 보내고 있는 배우 하정우가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 일을 하며 지내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들이 많았고, 자신을 ‘찾아 주는 감독 혹은 작가’가 있기 전까지는 마냥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날들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수단으로 걷는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손수 밥을 지어 먹고, 영화 감독이라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적 불안정을 겪는 감정 노동자 중에 한 명이었으며, 배우라는 삶에서 비교적 자주 출몰하는 슬럼프를 ‘실패’가 아닌 ‘경험’으로 치부할 수 있는 통찰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배우 하정우는 비교적 단순한 하루하루를 지속하는 것에 기꺼이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만의 방법이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설레게 했다.

이미 배우 혹은 작가(글쓰기, 그림)로서 입지를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계속 담금질 하고 있었다.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주어진 하루를 잘 보내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의 이 단순한 행위는 결국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그를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의 하정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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