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바라보며 박정희를 회상한다
김태우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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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요목조목 설명하며 한국사회에서 비판만 받는 그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도록 시선을 바로잡아 준다. 더 나아가 저자는 북한의 핵협박에 인질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짚어보며 핵무장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필요성이 있다고는 해도 국제사회의 질타를 한몸에 받을 '대한민국 핵무장론'에 완전히 수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화'라는 미명 아래 과거 북한의 행적에 눈감아주며 저자가 책을 통해 고발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민국이 순진하게 이용당하고 있는 현상황은 한심함을 넘어 분노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뛰어난 혜안과 지략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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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 - 김정일 전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창작자금 지원도서
리 소테츠 지음, 이동주 옮김 / 레드우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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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거짓말로 유지되고 있는 체제'인 북한을 낱낱이 고발한다.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그 거짓말이 체제의 근간이 되었고 북한 사람들에게는 진실이 되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북한을 벗어나려는 북한 사람들을 총으로 쏘아버릴 정도로 북한은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무서워 한다. 주민들을 북한 안에 꽁꽁 묶어두고 북한에서 알려주는 것만 보고, 듣고, 믿게 한다.

가장 중요한 거짓말 중에 하나는 북한의 수령에 관련된 거짓말이다. 김일성은 북한에서 '최대의 전과'를 올린 항일전투로 알려진 보천보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크게 이겨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침략자 일본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며 존경을 넘어선 찬양을 받아왔다. 사실상 보천보 '전투'는 어머니 등에 업힌 채 김일성 부대의 눈먼 총탄에 맞아 어린애 한명이 숨진 사건에 불과했다.(p. 106)

이 책은 그런 거짓말 위에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붙여나가는 수령의 아들, 김정일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특히 김정은의 탄생과 성장과정, 권력을 잡게 된 배경에 대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한다. 김일성이라는 허상 위에 세워진 우상과 아버지를 우상으로 세우면서 본인도 우상이 되어버린 김정일. 김정일의 삶을 보면서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을 깊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김정일을 '희대의 극장형 국가를 만든 남자'라고 평한다. 김정일은 실제 영화 제작을 감독했고, 한국 배우인 최은희와 그의 남편을 납치하여 영화를 만들기도 할만큼 영화광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에 대한 집착은 초호화 영화관이 딸린 그의 저택을 넘어 북한을 하나의 거대극장으로 만들어버린다. 본인이 감독이자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각본에 따라 연출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로 북한에 관련된 모든 장면을 만들고 지우기도 한다. 북한의 역사와 사람의 생명까지도 다 감독인 그가 만들어내기도, 없애기도 하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그 권위에 복종하도록 교육받는다. 김일성이 항일전쟁을 통해 북한 정권을 수립해냈다는 신화에 맞춰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벌여 온 배경인 백두산에서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선전돼왔다. 하지만, 김정일은 러시아에서 '유라'라는 러시아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저자는 백두산 산중에서 김정일의 탄생을 축하해 광명성 탄생 태양성 탄생을 만방에 자랑하자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들이 1987년부터 발견된다고 밝힌다. 김정일의 생가라며 백두산 산록에서 통나무집이 건축된 것도 이 시기라고 한다.   

그가 후계자로 세운 김정은도 북한 주민들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될 탄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불순혈통으로 인식되는 재일동포 출신인 고영희 사이에서 난 아들이며, 김일성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손자이다. 이론상 백두혈통에 속하지 않은 '곁가지'에 불과한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이후,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에게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숙청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세습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이복형제 김정남을 화학무기를 이용해 살인한 것도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거짓말로 세워진 북한 정권의 뼈대를 김정일은 탄탄하게 세워나갔다. 그런 김정일은 북한의 역사와 개인 역사를 끊임없이 조작하고 북한주민들에게 '주입'시키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노동하다가 죽는다는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 등 철저하게 응징했다. 북한주민들의 목숨보다 절대권력을 세우는데 혈안이 된 그는 중국의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때 그를 수정주의자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수구정책, 고립노선을 택했다. 소련의 몰락으로 이어진 사회주의의 실패가 드러났을 때도 김정일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 때는 고난의 행군으로 아사자들이 속출하는 시기였다. 누구를 위한 정권이며, 무엇을 위한 주체사상인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김정일은 권력을 팽창하려는 야욕을 보여왔다. 그 대상은 남조선,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그런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제대로 돌려 받는 것이 없이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다. 북한과의 접촉 및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남한사회에서 영광스런 공로로 치켜세우는 중에 북한체제는 지속되어 왔다. 

"현상 타개를 위해 중국식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던 김일성과는 달리 김정일은 무력 통일이라는 환상을 고집했다. 통일이 되면 경제 문제는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다고 늘 측근들에게 9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p. 241)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에서 무장공비가 내려와 1968년에 청와대를 습격했다. 다행이도 실패했지만, 남한정부를 없애려는 북한의 야욕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이후에 김정일은 버마(지금이 미얀마)에 순방을 간 전두환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테러작전을 펼쳤다. 김정일은 테러작적을 지휘한 김중린에게 이렇게 말한다.

"절대로 (남한 대통령을 암살하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성공하면 남조선은 우리 것이 된다." (p. 242)

이 작전도 실패로 돌아갔지만, 김정일은 굉장히 큰 교훈을 얻었다. "북한이 그 어떤 짓을 해도 한국은 북한과 일전을 벌이는 데 주저한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조선 애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아무 짓도 못한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p. 244)

그 이후에 있었던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기 폭파, 민간인을 포함해 4명이 희생된 연평도 해전, 46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피격사건은 모두 한국을 겨냥한 도발이자 용납할 수 없는 살인행위였다. 전쟁 이후에도 수많은 민간인 납치와 도발을 지휘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김정일은 자신의 말에 더 자신감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대남침략 야욕을 노골적으로 보이며 위협을 일삼았던 김정일이 의지한 것이 있었다. 바로 핵무기 개발이다. 저자는 말한다. 김정일이 세워놓은 북한 체제는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않을 것이라고.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었을 때  김정일은 "우리는 정신적인 원자탄인 주체사상과 물질적인 원자탄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며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p. 266) 김정일은 경제가 무너져 가도 일단 '권총(핵무기)가 있으면 달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계산하에 핵무기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순진하게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미국의 카터 정부는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해주기만 하고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일반 북한주민의 민생은 내팽겨친채 핵개발에 몰두한 결과 북한은 경제적 파탄을 겪는다. 그러던 중 남한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북한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경제회생에 도움을 준다. 그 이후에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북한에는 엄청난 양의 물자와 현금이 들어간다. 저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나가는 경위를 보면 "김대중은 김정일 체제 연명을 위한 쇼에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다.(p.305)"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김정일은 애초부터 핵 개발을 포기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다.(p. 321) 핵을 포기하면 체제유지의 수단이 없어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다. 이를 간파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주변 강대국들은 6자회담에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불리는 김정일의 전략에 계속 당하기만 한다. 지금도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애를 태우고 한국을 가지고 논다'는 전략이 지속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알지도 못했던 자신의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 자리에 세워놓은 뒤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와 해외 유학 경험, 출생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김정은의 권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김정일이 자기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아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극장국가에서 '핵과 미사일'은 뒷골목에 남겨진 극장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허물어져가는 극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다. 평창 올림픽 이후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우리나라 정부의 주재로 인해 적극적으로 타진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결과는 무엇이며, 과연 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평창 올림픽에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하고 북미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북한이 한국을 가지고 놀 뿐 아니라 '남조선' 적화의 수순을 밟는게 아닌지 두려움이 생긴다. 거짓말과 선전으로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북한의 양면성을 간파하고 더이상 북한의 전략에 쉽게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정권 수립 이후 70년동안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북한의 남한적화의 야욕에 대항하여 단호하고 민첩하게 대처해야 한다. '민족'이라는 논리에 끌려간다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우리나라는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한 사람의 자유만을 위한 독제체제와 모든 사람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 간의 갈등은 둘 중 한 체제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위에 세워진 정권은 진실이 들어가게 되면 강한 파도를 만난 모래성같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핵과 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진실이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어지는 가짜 정권이 진실 아래 하루 빨리 굴복하게 되기를, 진실과 자유 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 관련 기사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1/2018020101279.html?pmletter

"해상 봉쇄가 北에 가장 큰 고통 준다"

* 조선족으로 태어나 북한방송을 들어면서 자라고 일본으로 가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인 리 소테츠 교수와 인터뷰 내용이다. 북한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진심어린 충고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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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주승현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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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로 한국에서 살아본 이들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기에 '조난자들'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정착경험에 대한 좌절과 성공, 남한사회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었다. 첫째,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고 대학 강단에서 통일을 강의하는 저자도 이겨내기 힘든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는 것. 둘째, 진정으로 평화롭고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들에 대한 포용과 그들과 함께 연합하는 과정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만 가면 자유롭고 배부르게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자유에 대한 억압과 굶주림이 일상이 되어버린 북한을 탈출한다. 설령 더 나은 삶을 향한 당연한 희망을 쫓는 과정에 목숨을 잃는다고 할찌라도 그들의 '한국행'은 멈추지 않는다.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을 벗어나 남한에 온 북한사람들은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던 나는 '북한도 틀리고 남한도 틀리다'라는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희망을 품고 온 탈북민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이 팽배한 한국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서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자유를 얻게 되고 굶주림은 피할 수 있으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인 삶'은 자유와 먹을 것을 얻는다고 충족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같은 대한민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탈북민들을 '북한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할 뿐 아니라 냉대와 무관심으로 대한다.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고,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한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에 대한 우월의식이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워낙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북한에서 도라산역의 착공와 완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초소에서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근무하다가 비무장지대를 통해 탈북했다. 대학 강단에서 통일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에게도 차별과 냉대의 벽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탈북민에 대한 한국사회 부정적인 인식과 태도로 인해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외로움과 좌절, 더 나아가 이로 인한 탈선과 극단적 선택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충격적이기도 한 이런 이야기들은 한국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북한에도, 남한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표류하는 탈북민들을 저자는 조난자라고 부른다. 조난자들은 북한에서 넘어왔지만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던 탈북민, 독일 유학 중 윤이상의 권유에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하였지만 여전히 가족을 만나지 못한채 살아가는 오길남 박사, 통일의 비전을 가지고 한국으로 귀순했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등 한반도 분단의 희생자도 포함한다.

탈북민들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존중을 해달라는 말을 탈북민인 저자가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가 탈북민들을 좀더 포용할 수 있는 방법과 탈북민정착제도에 대한 제언도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의 역경을 딛고 목숨을 걸고 한국에 자유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다. 탈북 과정 중에 수많은 고비들을 넘어 한국에 무사히 온 이들은 '기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차단시키기 위해서 북한은 중국으로 넘어가는 주민들을 그 자리에서 총살한다. 행여나 가까스로 중국에 넘어왔다고 해도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중국정부는 탈북민들을 찾아내 강제송환 시킨다. 강제송환을 당한 북한사람들은 보위부, 안전부와 같은 조사시설에서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단련대나 교화소로 옮겨져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제받는다. 이런 곳에서는 영양실조와 강제노동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간 북한여성들은 강제송환을 두려워하며 차별적인 대우와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 뿐아니다. 영화 <크로싱>에도 나왔듯이 한국에 가기 위해 광활한 고비사막을 건너다가 길을 찾지 못하고 탈진으로 쓰러져 백골이 된 이들도 셀 수 없다. 또다른 탈북루트에서 종착점인 태국으로 가기 위해 메콩강을 건너다가 강에 빠져 악어에게 먹힌 이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탈북민들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남조선'으로 온다. 우리는 생명을 건 여정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와 기적을 경험한 그들의 삶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마주하며 좀더 나은 미래를 함께 꿈꿔나가야 한다. 그 첫출발은 "한국에 잘 왔습니다!”라며 맞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한발짝 더 나아가,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언젠가 필연적으로 주어질 것이다. 정치적 통합을 넘어 사회적 통합이 진정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통해 함께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분단된 한반도의 조난자가 아니라 두 체제를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저쪽에서 살았던 시간과 이곳에 와서 살아남고자 버둥거렸던 노력이 다시 합쳐지면 언젠가 저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다 보면 저자의 바람처럼 언젠가 통일의 그날에 닿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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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청소 - 고민과 불안을 씻는 88개의 마음테라피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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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쌓이고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면 `청소할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 데도 정작 우리 마음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널부러진 쓰레기는 있어도 모른척 무디게 지나가게 됩니다. 무뎌진 마음에 ˝네 마음에 좀 예민해지고 청소를 시작해보렴!˝라고 따뜻한 제안을 건네주는 책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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