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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운다
이강 지음 / Birdbox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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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이라는 이름 석 자를 처음 마음에 새긴 건 『미지의 서울』 덕분이었다. 방영 내내 대사가 끌렸고, 끝난 뒤에도 그 문장들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이 작가는 처음부터 이런 글을 썼을까?


『다르게 운다』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다.


2014년 KBS2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으로 데뷔한 이강 작가의 초기 단편들을 묶은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이강이 어떤 씨앗에서 자라났는지를 보여주는 원점이다. 읽기 시작하면 안다. 처음부터 이강은 이강이었다.


이강 작가가 포착하는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조용히 운다. 소리를 지르거나 대성통곡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음식을 먹다가 포크를 내려놓고, 웃으며 대답하다가 잠깐 눈을 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강은 그 미세한 균열의 순간에 카메라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어떤 극적인 장면보다 훨씬 오래, 훨씬 깊이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여러 번 멈춘 것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그냥 그대로 있도록 내버려두는 이 작가의 태도 때문이었다. 보통의 드라마는 감정을 해소하려 한다. 갈등을 봉합하고, 오해를 풀고, 이유를 밝힌다. 그런데 이강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떤 울음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닫힌다. 어떤 관계는 정리되지 않고 끝난다. 처음엔 그게 미완성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것이 오히려 진실이라는 것을.


인생도 그렇게 끝나지 않는가. 다 설명되지 않고, 다 해소되지 않고, 다 이해되지 않은 채로 그냥 지나가버리는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강의 글이 공감을 얻는 방식은 설명이 아니라 인정이다. 그런 감정, 나도 있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 조용한 인정이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따뜻하게 쌓인다.


초기작이기 때문에 더 날 것의 무언가가 있다. 아직 다 정제되지 않은 날카로움, 설명 없이 내던지는 대사들, 메워지지 않은 여백들. 그 여백이 오히려 좋다. 완성된 장편보다 이 초기 단편들에서 이강이라는 사람이 더 솔직하게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방식, 인간의 어떤 부분을 끝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


『미지의 서울』을 사랑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처음부터 이강은 이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오래 써야만 닿을 수 있는 언어가 있는데, 이강은 처음부터 그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데뷔작에서 이미, 이 작가는 우리가 다르게 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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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끄기 연습 - 약속 없이 찾아온 불안을 웃으며 돌려보내는 법
오언 오케인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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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없애려 할수록, 불안은 더 깊어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역설을 몰랐다. 아니,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오래도록 불안을 빨리 털어내야 할 감정으로 여겼다. 불안이 찾아오면 억누르거나, 생각을 돌리거나, 바쁘게 움직여서 그 감각이 떠오를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오언 오케인은 처음부터 그 방법이 틀렸다고 말한다.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저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심리치료사다. 20년 넘는 임상 경험을 가진 전문가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오랫동안 불안과 싸워온 당사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언어는 다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언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앉아 건네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원제는 Addicted to Anxiety, 불안에 중독된 삶에서 벗어나는 법에 관한 책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이것이다. 우리가 불안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없애려 할수록, 뇌는 그것을 더 큰 위험으로 학습한다. 회피는 불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주는 행위다. 발표가 두려워 계속 피하면 단기적으로는 편해지지만, 뇌는 점점 더 강하게 "발표 = 위험"이라는 등식을 새긴다. 결국 더 작은 자극에도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달라진다. 내가 나약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불안을 피하려 한 방식 자체가 불안을 키웠다는 것. 그 인식의 전환이 이 책이 주는 첫 번째 선물이다.


오케인은 불안을 유지시키는 습관들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안전 추구 행동, 회피, 과도한 걱정, 반추, 완벽주의. 특히 완벽주의와 불안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완벽주의는 흔히 긍정적인 성격으로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실수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깊은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이 불안을 만성화시킨다.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클수록,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역설이 생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었다.


해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마음챙김 기반의 실천들이다. 호흡 관찰, 신체 감각에 집중하기, 생각과 거리 두기, 그리고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것을 밀어내는 대신 그냥 바라보는 연습. 낯선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오케인의 손을 거치면, 이 방법들이 실제로 작동할 것 같다는 신뢰가 생긴다. 수십 년의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이 방법으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자기 연민'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불안해하면서 동시에 "왜 나는 이런 것도 못 이기나"라고 자책한다. 이 이중의 괴로움이 불안을 훨씬 더 무겁게 만든다. 저자는 말한다. 불안을 느끼는 자신에게, 친구에게 말하듯 건네보라고.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이 책은 불안을 없애주지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의 한계가 아니라, 이 책의 정직함이다. 오케인은 불안 없는 삶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이 찾아왔을 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안한 기질은 바꿀 수 없지만, 불안에 반응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상상하는 사람, 일이 잘될 때도 불안하고 잘 안 될 때도 불안한 사람, 실수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사람, 그리고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니까"라고 스스로를 단정 지어온 사람에게 권한다. 이 책은 그 단정을 살며시 풀어줄 것이다.


불안과 싸우느라 지친 사람에게. 싸움을 그만두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이 조용하고 따뜻하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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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써먹는 주식 부동산 빌드업 투자법 - 5년 만에 10억 만드는 초효율 투자 전략
조경현(흑자인생) 지음 / 길벗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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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공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헷갈렸던 적이 있다. 주식을 사야 하는지, 부동산으로 가야 하는지, 지금 내 상황에서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유튜브를 켜면 누군가는 주식이 답이라 하고, 다른 누군가는 결국 부동산이라고 한다.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저자 조경현은 유튜브 채널 '흑자인생'을 통해 수십만 명의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재테크 이야기를 전해온 투자자다. 그가 이 책에서 꺼내놓는 핵심은 단 하나다. 주식이냐 부동산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자산을 내 자산 규모와 소득 흐름에 맞게 순서대로 쌓아가는 것. 이분법이 아니라 설계다. 저자는 그것을 '빌드업'이라 부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할 때 막연하게 주식부터 뛰어든다. 저자는 그 선택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모른 채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씨드머니를 모으는 단계인지, 주식으로 자산을 키울 단계인지, 부동산으로 뿌리를 내릴 단계인지. 그 진단부터 시작하는 투자. 이 책의 진짜 출발점은 거기에 있다.


5년 만에 10억이라는 부제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요행이 아니다. 숫자와 원칙이 함께 서 있어서 읽는 내내 '이건 실제로 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월급 300만 원 직장인이 어떻게 씨드를 모으고, 어떤 기준으로 첫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어느 시점에 부동산으로 전환해야 하는지가 단계별로 촘촘하게 기술되어 있다. 뜬구름 잡는 원칙론이 아니라 실제로 따라갈 수 있는 경로가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에 쥐고 싶어지는 책이다.


저자가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도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의 손실, 타이밍을 잘못 읽었을 때의 위기감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완벽한 투자자의 조언이 아니라, 실제로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을 버텨낸 사람의 기록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와닿는다.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더 진짜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원칙은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을 다시 잡아주는 책이다. 주식과 부동산 사이에서 방향을 잃었다면, 혹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자산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면, 지금 이 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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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만 투자 지도 - 예측 적중률 95.8% 효라클의 12개 핵심 산업 분석
효라클(김성효)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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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코스피가 7,000을 넘어 1만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증시 앞에 선 투자자들의 표정은 두 가지로 갈린다. 설레는 얼굴과 두려운 얼굴. 이 두 감정의 차이는 결국 하나에서 비롯된다. 지도가 있느냐, 없느냐.


효라클(김성효)의 『코스피 1만 투자 지도』는 그 이름 그대로, 길을 잃은 투자자에게 건네는 정밀한 좌표다. 예측 적중률 95.8%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이 책의 진짜 힘은 숫자에 있지 않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12가지 핵심 산업을 '구대륙'과 '신대륙'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나누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구조적 사고에 있다.


반도체, 조선, 방산, 원전, 배터리, 금융. 저자가 '구대륙'으로 분류한 이 산업들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해 온 대한민국의 기둥이다.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여기에 두되, 로봇, 자율주행, 전고체배터리, 드론, 페로브스카이트, 우주산업이라는 '신대륙'으로 성장의 촉수를 뻗어야 한다는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다. 구대륙으로 지키고, 신대륙으로 공격한다. 이 두 축의 균형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투자 철학이다.


이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업종별 종목들을 친절하게 도표를 이용하고 글로 설명해서 풀어냈다.

도표와 글을 읽다 보면 머리속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조차 손실의 변수가 아닌 기회의 변수로 읽어내는 역발상이다. 유가와 환율의 출렁임을 파국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과, 특정 산업의 도약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그 해석의 차이가 결국 수익률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시선은 투자를 단순한 종목 선택이 아닌 세계 읽기의 문제로 격상시킨다.


유노북스가 이 책을 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복잡한 경제 원리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이 출판사가 오랫동안 지켜온 방향이고, 효라클의 글쓰기는 그 결에 정확히 맞닿아 있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얕지도 않다.


이 책은 초보 투자자에게는 처음으로 들고 다닐 만한 든든한 지도가 되고, 이미 시장을 경험한 투자자에게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펼쳐놓고 점검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코스피 1만이라는 숫자를 막연한 기대로 바라보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라. 지도 없이 정상을 오르는 사람은 운이 좋으면 도착하고, 운이 나쁘면 길을 잃는다. 투자도 다르지 않다.


읽고나서 투자에 대한, 산업에 대한 정리가 될 수 있을 만큼 읽을만한 책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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