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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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여러 의미로) 좋아하는 작가 같다. 견고한 것도 와닿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좋았음.

첫번째 단편에서는 반전으로서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편지의 주체가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음. 호칭이나 문체와 어투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부분이었어서.

하지만 표제작인 다섯 번째 감각에서는 이 반전이 기술적으로는 훌륭하게 구현된(그러니까 중간에 엇?! 하면서 다시 첫번째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점에서) 데 비해 소설 내부적으로서 개연성과 완성도는 좀 갸우뚱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청각 없는 사람들의 사회인데도 거기서 절대 주류인 사람들이 정작 자기들이 차에 치일 것 같아도 모르고 옆집 사람이 끌려가도 관심없고 자기 집에 침입자가 들어오는지 마는지 아무 방비 없이 살고 있다? 다섯 번째 감각의 세계에서 청각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변과 편의가 달린 문제에도 효과적이고 고유한 문화나 해결방책을 마련할 생각이나 능력이 없는 걸까? 그 와중에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자기들끼리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학습해 소통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인이고? 배척받고 차별받는 소수자로서 연대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를 이 세계의 모순을 다 알고 있고? 좀… 삐딱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내게 다섯 번째 감각이 말하는 세계는 장애와 비장애를 반전하며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보다는 건청인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춰진 세계에 2차적으로 적응하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악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마치 그들 내부에서 비롯한 부족함이나 내재적 결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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