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얄팍한 신파같은 기승전결 속에 유일하게 탁월하고 정교했던 씬은 시호의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에서 시작해 데이트 폭력까지 이어지는 전말을 털어놓는 장면. 어설프게 따뜻해지려 하는 것보다 지독한 자기혐오, 어쩌면 혐오스러운 자신의 자각에 가까운 자기반성이 더 생생하고 예리하다. 그래서 더 인간으로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가슴을 항상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게 덥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귀하고 필요한지, 그래서 어느새 내가 차갑게 식어있다는 것을 눈치챌 때는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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