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사례 중심의 논픽션은 읽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사례가 너무 이해하기 복잡해도, 반대로 너무 많은 비슷한 책에서 사골이 우러나도록 다뤄서 독자 입장에서 더 읽을 만한 자극을 못 느껴도 책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고, 딱딱한 문체와 연관 없어 보이는 단순 사실의 나열에 질려 중도에 덮어버리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제목부터 이미 어떤 내용일지를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평소에는 미처 생각도 못 해본 범위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다루고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떨어지지 않는 책이었다. 너무 크거나, 너무 당연하거나, 너무 사소해서 여자들도 의식하지 못해 보이지 않았던 여자들의 존재를 찾아내는 이 책은 마치 매끈한 돗자리에 눈을 바짝 들이대고 촘촘하게 샅샅이 훑어내 하나하나 까끌거리는 가시를 세워놓는 것 같다. 매끈하다는 착각은 그만 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