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가 여러 장르와 주제를 넘나들며 다작을 해온 작가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성정체성과 개개인의 삶에 대해, 그것도 흥미 본위가 아닌 각잡고 쓴 책을 냈다는 게 놀라웠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 성역할, 간성을 포함한 성별의 스펙트럼, 젠더 정체성, 성적 지향까지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왜곡하고 논란을 만들거나 더 나아간 범위의 논의를 위해 발화하는 주제들을 한 책에 미스테리 요소까지 깔끔하게 조합해 제목이 암시하는 주제까지 엮어나간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 나라의 대표 작가라고 하면 반드시 손에 꼽힐 내노라 하는 대중적인 작가가 이런 이슈에 대해 뚝심 있게 파고든, 거기에 최소한의 재미까지 보장하는 작품을 내는 일이 언제쯤 일어날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