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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
정예원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푸른향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푸른향기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웅크리고 있겠다는 제목에서 어쩐지 단단함이 느껴졌다. 스스로 지금 쉬어갈 시간이라는 것을,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기운을 내서 일어날 것이라는 잘 알고 있다는 느낌.
얼마 전 JTBC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에서 가수 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라는 노래를 들었다. 노래는 도망가자고, 도망가서 우리 실컷 재미있게 웃자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씩씩하게 돌아오자고.
이 책의 제목을 보니까 그 노래가 생각났다. 힘들 땐 잠시 도망갔다가 힘을 충전하고 다시 씩씩하게 돌아오자는 그 노래처럼 이 책도 잠시 웅크리고 쉬었다가 다시 툭툭 털고 힘차게 일어나자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궁금했다.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이 책은 시집이자 가사집이다. 정예원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님의 이야기가 시로, 노래로 표현되어 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고단했던 일상을 마무리하며 탔던 지하철에서의 이야기, 작가님이 만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책에 잘 녹아있다. JTBC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나왔던 <상순이네 민박> 등의 수록곡 가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발표된 수록곡의 가사가 적힌 페이지에는 QR코드가 나와 있어서 이를 통해 직접 음악을 감상하면서 가사를 한 번 더 곱씹어 볼 수도 있어서 좋다:)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에는 고심해서 골랐음이 느껴지는 단어로 가득 채워져 있다. 듣는 이에게, 읽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글에서 그런 따뜻함이 전해진다.
어쩐지 잠시 웅크리고 있는 것 마저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건가,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그대로여도 괜찮은걸까 하는 물음표. 하지만 다들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레이스는 각자의 속도가 있을 뿐 그 누구에게도 빠르다와 늦다의 기준은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저자 소개에 보면, 자신의 흥얼거림이 누군가에게 위로로 닿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뮤지션이 되었다는 글이 있다. 작가님의 글에도 그런 힘이 있다. 가사와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글은 조용하고 따뜻하게 힘든 사람 곁에 내려 앉는다. 우리 함께 여기 앉아 있자고, 잠깐 쉬다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자신의 일상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힐링을 동시에 전해주는 책:) 작가님의 책을 읽다보면 조금 편안한 자세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