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전리오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0.

어제는 예기치 않은 연차였다.

소위 말하는 땡땡이... 치고 집에서 뒹굴 뒹굴 책 읽다가

미술관 산책 다녀오니 좀 살 것만 같다.

 

1.

어제 베란다에서 가을 볕을 쬐며 읽은 책은 리오님의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블로그 이웃인 리오님은 아마 글래스톤베리를 검색하다 이웃이 되지 않았을까.

블로그를 통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고,

아마 글래스톤베리 체험기(?)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2.

그러나 글래스톤베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었고,

생각 보다 아기 자기한 에피소드들이 공감을 자아내 충분히 유쾌하게 읽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저녁 시간을 쪼개어 피아노 학원을 가는 김대리,

오전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첫 눈에 반하는 여자 친구, 그리고 기타를 가르쳐주며 연애를 하고-응? ㅋ

 

3.

14개의 Track으로 되어 있는 구성도 짧고 간결해서 좋았다.

특히 챕터를 시작하기 전, U2, 너바나, Oasis, 레인지 어게인스트 머신 등 록 그룹의 주옥 같은 가사를 소개하는데

그 가사를 음미하면서 챕터를 읽으며 뽀얗게 먼지 앉은 음반도 뒤적거리고, 생각도 하고 느긋이 읽어 나갔다.

 

뭐, 이런 구절에 심히 공감하며 깔깔 거렸다.

 

물건을 사서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려는데, 식당이 줄지어 있는 먹자 골목 입구에 데이비드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데이비드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잘린 돼지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데이비드가 가만히 말문을 열었다.

"이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록 스피릿이 느껴지는 걸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이건 메탈리카가 한국에 왔을 때 얘기잖아!"

 

메탈리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이야기들, 요런 뮤지션 관련 에피소드들이 적재 적소에 배치 되어 있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음악과 가사들,

챕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문을 여는 오프닝이 참 좋았다는 말씀!

 

4.

그리고 사랑 이야기도 나오는데, 후훗

주연 이라는 여자 친구. 그리고 영국에서 폭탄 테러로 실종.

그리고 헐크라는 블로그 이웃과 글래스톤베리에 입성.

이 장면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나중에 놀라웠다.

그리고 사랑 장면을 묘사하는 글래스톤베리의 첫 날밤도 좋았다.

 

흔히들 멋진 공연을 두고 관객과 연주자의 교감이 잘 이루어졌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그렇지만 그건 공식적인 매체에 쓰기 위한 점잖은 표현이고,

사실 공연이라는 건 리비도와 에로스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거대한 그룹 섹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 미친 듯한 아니 모두가 미쳐 있는 이 상황을 제대로 묘사한다는건 불가능 했다.

 

5.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비틀즈 음반을 듣는 인디언 에피소드.

중간 중간 인디언 얘기가 간혹 들어가는데 왠지 흐름과는 다른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초-중반 잘 달려나가다가 나중에 헐크를 찾는 마지막 장면이 좀 길다 싶기도 했다. 큭!

아, 연애 이야긴데 요새 연애 세포가 죽어서일지도 몰라요 ㅋㅋㅋ

 

6.

그리하여 가을볕 쬐며 재미나게 읽었다는 말씀!

맘에 두는 구절이 있으면 책 귀퉁이를 접어두는데 지금 보니 한 두군데가 아니다.

 

어떤 진실.

그래 나는 어떤 진실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 진실이라는 것이 도대체 존재하는지 모르겠고, 그 정체가 어떤 것일지 어렴풋한 실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서 펄떡 펄떡 뒤는 진정한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 흔적이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만난 순간에도 그런 펄떡거림을 느꼈던 것 같다.

밴드를 한 것도, 피아노를 배우게 된 것도, 어떤 펄떡 거림이라는 걸 찾고 싶었던 것이다.

회사를 그만둔 것도 내가 살아서 숨쉬는 존재라는 걸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걸 느껴 보고 싶었던 거다.

글래스턴베리가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글래스턴베리에 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펄떡거림을 느껴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7.

그래서, 그리하여, 그러므로

내년 여름 휴가는 글래스톤베리다. 히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