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개발자들 - 알려지지 않은, 치열했던 여성 에니악 개발자 6인의 이야기
캐시 클라이먼 지음, 이미령 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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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알려지지 않은, 치열했던...

 

전산학과를 졸업하였지만 컴퓨터/IT와 관련해선 무지한 편이다.

컴퓨터를 포맷할지도 모르니 말을 다했다. 흥미가 없었으니 잘 알리 만무했다.

이번에 읽은 <사라진 개발자들>이라는 책은 컴퓨터/IT 분야의 서적으로서 에니악을 개발한 6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끌림도 없었다. 하지만 제목 위에 쓰인 부제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들었다.

'알려지지 않은, 치열했던 여성 에니악 개발자 6인의 이야기'

일단 에니악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기억이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기에 에니악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았다.

 

에니악(ENIAC): 펜실베니아 대학의 모클리와 에커트 교수에 의해 발명된 거대한 계산기로서

18,000여 개의 진공관이 사용되었으며 높이 5.5m, 길이 24.5m, 무게는 30톤에 이르렀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컴퓨터의 조상이자 기원이 되는 1946년에 완성된 최초의 대형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이다.

에니악은 현재와 같은 프로그램 기억식이 아니라 배전반의 연결에 의해 계산을 수행하며 원래에는 미국 육군의 지원으로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전쟁이 끝난 뒤에는 난수 연구, 우주선 연구, 풍동 설계, 일기 예보 등에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는가? 나도 처음엔 같은 심정이었다.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가 즐비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찾아왔으나 책의 부제에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 개발자 6인의 이야기에

굉장한 비중을 두고 쓰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난 두 딸의 아버지이며, 아직은 어리지만 앞으로 커나갈 아이들의 미래에 다양한 경험을 시켜줄 생각이기에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THINK:: 1940년대, 차별과 억압이 당연했던 날들을 살아가던 여성들

1940년대를 살아보진 못했다.

사실 1900년대 초반에 여성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어떻게 그 당시 여성들은 그것을 참고 살 수 있었을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결이 비슷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장인 어르신께서 어릴 적, 1958년 생이시니 시대를 어림짐작해 보길 바란다.

두 딸을 가진 장인 어르신의 할아버지께서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딸들은 짠한 것인 게 잘 먹이고 잘 입혀야 한다." 어떤 의미로 하셨는지는 따로 여쭙지는 못했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되었다.

나는 장손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모습이 있다.

명절 때 가족이 다 모이면 나는 항상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계신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까지 총 다섯 명이 식사를 했는데 어린 나이에 이해가 안 되는 게 2가지 있었다.

식사를 하다 보면 부족한 반찬 가지들을 항상 나의 어머니와 작은어머니에게 주문하셨고 아무 말 없이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항상 어머니와 작은어머니는 가족들이 식사가 다 끝나면 식탁을 치운 후 따로 식사를 하셨다.

그땐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시대도 많이 변했기에 어머니께 여쭈었다.

그 당시엔 왜 그렇게 하셨냐고...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보고 자랐으며 그렇게 하라고 배웠다고.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할머니께 핀잔을 들었다고.

이제는 다행히 변해버린 시대의 분위기에 두 딸의 아버지로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KILLING PART:: 여성 수학 전공자

에니악 프로그래머 6인의 <등장인물 소개>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유도 있지만 전쟁 속 6명의 여성 수학 전공자가 모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한 모습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주책이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를 보고 눈시울을 붉혔던 적이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실화를 바탕으로 여자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올림픽 우승이라는 꿈을 안고 한자리에 모여 서로 연대하며 똘똘 뭉쳐 노력하는 모습이 에니악 프로그래머 6인의 삶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주제이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에니악 프로그래머 6인의 모습은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신념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CONCLUSION:: 에니악의 흑백 사진 속 여성들은 내 곁에 머물렀다

프롤로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작가 캐시 클라이먼은 우연히 본 흑백사진 한 장에서 본인이 해야 할, 해야만 하는 일을 찾는다.

에니악, 그 거대한 컴퓨터 앞에 선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2명의 여성.

슈퍼카의 레이싱 모델 격이라고 치부했던 무관심을 거절하고 그녀는 에니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성차별, 복잡한 궤도 방정식, 진공관 파열에 맞서 싸운 놀라운 여성 6인의 이야기를 추적해나가는 모습은 먹이를 끝까지 따라가 사냥하는 맹수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프로그래밍, 컴퓨터 공학, 프로게이머.

이 3가지 단어를 들었을 때 남자와 여자 중 어디에 더 적합하게 들리는가?

혹시라도 남자라면 이 책을 바로 읽어보기를 바란다.

개발자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2023년을 살아가는 현재, 아직도 우리는 성차별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나도 그 노출된 환경에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조명한 6인의 개발자들이 그려낸 모습은 실로 존경을 이끌어 낸다.

남성의 영역이라고 치부되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참여하고, 한 시대에 획을 그윽 신기술의 총집합 체인 에니악의 개발을 위해 혁신적인 기여를 한 사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노력, 그리고 여성만이 가진 독창성과 창의력,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진심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여성 개발자들의 존재를 세상이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캐시 클라이먼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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