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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위한 디자인 - 일의 본질을 다시 설계하는 AI 시대의 생각 훈련
올리비아 리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디자인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로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 올리비아 리는 27년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디자인을 감각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언어로 다뤄왔다. 이 책은 그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많은 디자인 책이 창의성을 강조하거나 트렌드를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이 책은 훨씬 현실적이다. 디자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사고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그리고 일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에 대한 강조다. 우리는 종종 해결책을 너무 빨리 찾으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내놓은 해결책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디자인의 역할은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디자인은 기술보다 태도에 가까워진다.
AI에 대한 관점도 균형 잡혀 있다. AI는 일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오히려 맥락을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저자는 이를 ‘설계의 책임’이라고 부른다.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선택의 결과까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 해야 할 디자인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디자인이란 결국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정리하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덜 헷갈리게 만들고, 덜 소모되게 만들며, 더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 그래서 『일을 위한 디자인』은 디자이너를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의 일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에 가깝다.
일이 버거워졌다고 느낄 때, 혹은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능력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구조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